석가탑 중수기 "불국사 창건은 741년에 시작"

고려시대 이전 기록으로는 고려말에 편찬된 삼국유사에 단 1번만 출현하는 지금의 부산 동래구 금정산(金井山) 범어사(梵魚寺)가 10-11세기 무렵 고려초기에는 범어사(範魚寺)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불국사 창건을 시작한 연대는 지금까지는 삼국유사가 불국사에 전해지던 기록을 인용하면서 소개한 천보(天寶) 10년(751)이라고 밝힌 자료가 유일했으나, 이보다 10년이 빠른 천보 원년(741)이라고 명시한 또 다른 기록이 나왔다.

이런 사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공개한 불국사 무구정광탑(석가탑) 중수기(重修記)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이 중수기는 1966년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과 함께 수습된 묵서지편(墨書紙片)의 일부분으로 현재 박물관이 보존처리와 판독작업을 진행 중이다.

불교사 전공 동국대 김상현 교수는 "범어사를 지금 쓰는 梵魚寺로 표기하지 않고 範魚寺로 한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면서 "梵과 範의 두 글자가 단순히 음만 빌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곡절이 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석가탑 중수기가 말하는 範魚寺가 지금의 梵魚寺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범어사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 하지만, 고려시대 이전 기록으로는 삼국유사 의상전교(義湘傳敎. 의상이 가르침을 전하다)라는 대목에 오직 한 번만 출현할 뿐이다.

이에 의하면 범어사는 중국 유학에서 돌아온 의상대사가 태백산 부석사, 원주(原州) 비마라사(毗摩羅寺), 가야산(伽倻山) 해인사(海印寺), 비슬산(毗瑟山) 옥천사(玉泉寺), 남악(南嶽) 화엄사(華嚴寺)와 함께 세웠다고 한다.

범어사에 대한 기록이 이처럼 빈약한 가운데 조선초기에 편찬된 팔도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는 전설이라고 전제하면서 "금빛 물고기 1마리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범어사 경내 우물에서) 놀았다 해서 범어(梵魚)라고 절을 이름했다"고 기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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