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공포와 맞배지붕

지붕은 집의 꼭대기 부분에 씌우는 덮개로 빗물을 막고 햇볕을 막아주며 실내온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을 할 뿐아니라 아름답게 꾸미는 효과도 있다. 또한 지붕과 기둥사이에 있는 공포는 집의 멋스러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공포의 사전적 개념으로는 궁궐, 사찰, 기념적 건축물에 쓰이며 기둥과 보, 기둥과 도리 등의 수직재(垂直材)와 횡재(橫材)가 맞추어질 때장식적 또는 구조적으로 짜여져서 여러 부재가 결속된 것을 말한다. 기능을 보면 지붕의 무게를 분산 혹은 집중시켜 구조적으로 안전한 완충적 기능을 하기도 하고 내부공간을 확장시키고 건물을 높이어 웅장한 멋을 낼뿐 아니라 그 구성과 공작이 섬세하고 화려해 장식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갖기도한다.


그러면 공포의 사용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대체할 수 있는 벽화나 그림이 있다. 예를 들어 4~5세기의 고구려고분벽화에서는 발달된 공포구조가 그려져있어 아마도 그 이전부터 이러한 공포가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에 현재의 것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공포가 그려져있어 삼국시대에는 보편화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공포는 기둥 위에 하나씩 만들어지는 주심포와 기둥위는 물론 기둥과 기둥사이에 1~2개씩 만들어지는 다포(多包) 등으로 구분된다. 주심포는 주로 맞배지붕에 다포식은 팔각지붕에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지붕은 지붕의 수평면에 있어서 내림마루의 네 귀를 뻗게하고 안으로 선을 후리고 수직면으로 휘어 오르도록 하여 차마선이 쳐저 보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으며 또한 하늘과 맞닿은 지붕의 모서리인 마루의 양끝 제일 위에 뾰족한 부분인 용마루소까지도 양단이 휘어 오르게 하여 면적이 커서 무겁고 처져 보이기쉬운 지붕을 경쾌하게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붕에는 맞배지붕, 팔각지붕,우진각 지붕,사모지붕,육모지붕,팔모지붕,t자 지붕,+자 지붕, 솟을지붕,다각지붕,가적지붕, 사랑,ㅡ자 홑집(겹집), ㄷ자집,ㅁ자 집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러한 지붕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면서 초가, 너와집, 기와집 등 널리 사용되는 지붕은 맞배지붕이다. 이것은 집 앞뒤로 평면에따라 길쭉하게 지붕 물매가 구성돼 가늘고 긴 지붕이되며 좌우 마구리는 ㅅ자형이다. 이 지붕은 팔각지붕이나 우진각 등에 비해 화려하거나 웅장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


맞배지붕은 빗물의 양과 관계가 깊다.이는 빗물의 양과 일조량에 따라 물매가 결정된다. 강우량이 많은 지역은 물매를 급하게 잡고, 강우량이 적은 지역은 물매를 완만하게 잡는다. 물매가 완만한 집의 처마는 짧다. 짧다는 것은 기둥과 처마의 끝까지의 사이가 짧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물매가 급하면 기둥과 처마의 끝까지 사이가 길다. 반면에 처마의 길이로 낙수(落水) 처리가 어려운 지역의 초가집의 경우에는 처마끝에 '달개'를 잇대어 달기도 한다.


이처럼 지붕의 형태나 물매에서 그 지방의 기후조건을 토대로 과학적인 설계에 의해 완성시킨 선조들의 우수한 건축기술의 일면을 볼 수 있다./윤용현국립중앙과학관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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