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새해 첫날인 '설날'은 낯섦을 의미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 우리는 전통적으로 조상을 기리기 위해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과거의 성공적이었던 삶을 통해 미래의 성공을 기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오늘날 지구상에 번창하기까지 성공적인 삶의 출발이 되었던 인류의 기원은 언제부터일까?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인류와 유인원(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어느 시점인가에서 갈라져 나왔다. 그때부터 인류는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 형태인 원인(猿人)을 거쳐 현생 인류로 진화해 왔다. 히말라야 산맥 고지에 사는 '예티'라는 설인이 원인의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못하였다.

원인(猿人)은 대략 500만 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 원인은 유인원과 달리 다리를 곧게 뻗은 상태로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고, 엄지발가락도 유인원과 달리 앞으로 곧게 뻗어 땅바닥을 잘 디딜 수 있었다. 그 후 진화의 과정을 통해 약 250만 년 전에는 뇌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면서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원시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구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현대의 인간 모습을 갖춘 인류는 약 20만 년 전에 나타났으며, 그들은 문화 감각을 가지고 동굴에 벽화를 그리거나 뼈로 조각을 하고, 장신구를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였다. 먹고 사는 데서 벗어나 문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명절 풍습과 행사를 만들고 음악과 춤, 미술품 등을 향유하는 삶을 누리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 먹고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예능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 속에는 원인(猿人)의 피가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최초의 인류 조상인 원인(猿人)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잃어버린 고리'라 부르고, 그 존재를 증명해 줄 화석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의 조국인 영국의 과학자 중 일부는 영국의 필트다운 지방에서 출토된 화석이 바로 '잃어버린 고리'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 사건은 일부 과학자들이 명성에 눈이 어두워 벌인 사기극으로 판정 나게 되었다. 오랑우탄의 턱뼈와 중세 사람의 두개골을 합성하여 만든 화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의 조상으로 밝혀진 가장 오래된 원인(猿人) 화석은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여성으로, '루시'라고 부른다. 약 35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여성은 키가 120cm로 아주 작았지만 25~30세 정도의 성인이었고, 척추가 변형된 것으로 미루어 관절염이나 다른 뼈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먹고 살기가 더욱 고달팠을 테니, 적은 음식을 얻기 위해서도 척추 뼈가 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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