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담은 사진 한 장.

그런데 에펠탑 너머 아파트 풍경이 왠지 낯익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파트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다. 탑과 아파트 중 어떤 것이 진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다음달 1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사진전 `백승우 - 리얼 월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런 식이다. 거북선 뒤로 런던 브리지가 보이고, 산 마르코 광장 옆에는 미국의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다. 실제 세상(real world)을 뜻하는 전시 제목까지 부조화스럽다.

작가 백승우는 이 같은 `이상한 풍경`을 통해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과 그 속에서 왜곡되는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real world ⅰ`과 `real world ⅱ` 등 두 부분으로 나뉘며 모두 30여점의 사진으로 구성돼있다.

미니어처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한 `real world ⅰ`은 세계 유명 건축물 모형과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한 화면에 담아 서구 문화에 대한 환상과 열등감이 뒤섞인 한국의 문화적 현실을 말한다.

깊은 밤 주택가를 침입하는 장난감 병정을 렌즈 속에 담은 `real world ⅱ`는 서구 중심적 생각을 향한 소소한 공격을 이야기한다. 일상 공간으로 침입을 감행하는 미약한 병정들은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갤러리 관계자는 "작가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과 이런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개인의 정체성 등 상당히 어려운 주제를 건물 모형과 장난감 병정을 사용해 가볍고 위트 넘치게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가나아트갤러리의 젊은 작가 기획전 `the contemporary`의 네번째 전시인 이번 사진전은 백승우의 국내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2006년 국제 사진행사인 `휴스턴 포트페스트`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6명의 미래스타`에 선정되는 등 유럽과 미국, 일본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8월14일까지. ☎02-736-1020.

<사진설명=백승우-리얼 월드 real world ⅰ#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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