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 진 마음편한 정신과 의원 원장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얽매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물질의 유혹에서 한 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됐다. 하지만 이제야 좀 벗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내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내 눈앞에 더욱 현란한 물질을 가져다 놓는다.
번쩍거리는 장신구들과 첨단의 전자제품, 더 멋진 자동차들을 보며 어느 순간 갖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여 있는 날 발견한다. 지금은 물질에 의해 유도되는 욕구의 세기가 약화돼 그 물질이 내 머릿속을 한 동안 머물며 맴돌 정도는 아니지만, 한 동안은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예전만큼 그 물건에 대해 애태우지 않는 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그 물건을 갖게 된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그것이 그 물건에 있지 아니하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그것을 사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뿐이다.
경제력이 생기면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물질은 좋은 자동차, 명품 시계, 핸드백, 건물, 땅, 돈 등으로 공통된 측면을 보인다. 돈이 있어도 더 많은 돈을 원하고 땅과 건물을 늘려가는 재미에 살며, '죽으면 다 놓고 갈 건데 왜 이러나 몰라?'라는 의문 속에 산다. 남자들은 자동차와 시계에 좀 더 몰두하고 여자들은 핸드백에 탐닉하며, 하나를 사면 며칠간의 즐거움에 빠졌다가 다시 다른 멋진 물건을 뒤적거리며 사고 싶다는 욕망과 자제해야 한다는 갈등 속에 시간을 보낸다.
소유의 즐거움과 소유욕사이를 순환하며 삶의 시간을 보내면, 생의 의미가 소진돼 생의 보람을 퇴색하게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된다.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브랜드 마켓팅과 멋진 디자인, 품질에 의해 부풀어진 이미지(象)를 물건에서 느끼곤 소유의 욕망을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소유하면 그 상(象)이 그 물건에는 없다는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물건은 물건으로만 작용하게 된다. 즐거움이 사라지고 또 다른 물건을 구하게 되고 반복되면, 무의식적으로 어디에도 그 상(象)이 없다는, 사봐야 별거 없다는 의미상실에 빠져버리고 만다. 결국 생의 활력이 줄어들게 된다.
현실을 상징의 세계로 파악해야 한다. 차를 보며 무엇을 느끼기에, 남보다 좋은 핸드백을 갖게 되면 무엇을 마음에서 느끼기에, 자신의 손목위에 놓여있는 명품시계를 보며 어떤 상(象)을 느끼기에 그 물건 주위에서 계속 자신이 배회하게 되나를 알아야 한다. 물질에 대한 욕망이 그 물질의 상징에 대한 욕망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물질의 소유욕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지게 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더욱 필요로 하듯이, 그 물건이 상징하는 것을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자신의 정신이 그 물건이 상징하는 것을 이미 구현해 소유하고 있다면, 그 물건은 그 사람에게 의미가 없어지고 필요하지도 않게 된다.

▲ 한병진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