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명칭 다양…불순물 제거 탁월

바람을 이용하여 곡물의 쭉정이나 검부러기, 돌 등을 제거하는 도구에는 바람개비, 부뚜, 키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간편하게 쓰이는 것은 '키'이다.


키는 곡식 등을 까불러서 쭉정이·티끌·검부러기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쓰는 용구로'농사직설'이나 '증보산림경제'에는 '키(崖)'로, '훈민정음'해례본에는 '키(箕)'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지방에 따라 '치', '칭이', 챙이','푸는체'라고도 하는데 경상남도 영산에서는 '칭이'로, 강원도 도계에서는 '치'로, 전라남도 구례와 보성 등에서는 '챙이' 등으로 부른다.


키는 모양이 삼태기와 흡사한데 각 부위의 형태와 크기가 약간 다르다.


키의 앞부분은 삼태기보다 길고 넓으며, 평평하고 양옆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키질을 하고 난 후 곡식이 모아지는 윗부분은 오히려 삼태기보다 그 높이가 더 낮다.


이러한 키는 대오리나 고리버들을 바닥 나비가 50~70㎝, 길이가 70~100㎝의 크기로 씨와 날이 서로 어긋매끼게 짜고, 둘레를 얇은 버드나무 판자를 안팎으로 댄 뒤 칡넝쿨이나 소나무 뿌리로 단단히 돌려 감아 고정했다.


그리고 바닥의 안쪽을 움푹하게 하여 얼마정도의 곡식이 담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고리버들로 만든 키보다는 대오리로 만든 것이 크고, 쓰이는 용도에 따라서도 크기가 다양하다.


'해동농서'에는 남쪽지방에서는 대로 만든 키를 쓰고, 북쪽에서는 고리버들로 만든 키를 사용한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키로 곡물의 쭉정이, 검부러기나 돌 등을 제거할 때에는 키에 곡물을 담은 뒤 날개 윗부분을 잡고 까부른다.


이 까부는 힘에 의해 곡물을 공중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동안에 바람에 의해서 가벼운 쭉정이, 검부러기, 돌 등은 앞쪽으로 떨어지고 무거운 곡물은 우묵한 뒤쪽에 남는다.


앞쪽에 달려 있는 작은 날개는 까불 때 곡물이 옆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공기의 소용돌이 현상을 만들어 효율적인 키질을 도왔다.


키는 오줌싸개가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러 갈 때 쓰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곡식을 선별하는 키질에서 곡식을 모으고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넓고 오목한 모습, 키 양옆에 달려있는 날개에 의한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 등의 역학 슬기가 깃들어 있다.


이렇듯이 키는 물질의 마찰력·비중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곡물에 섞인 협잡물을 가려내는데 사용하는 연장으로, 한 시간에 벼 한두 가마를 까부를 수 있었다. 이러한 키는 동양권에서도 보기 어려운 한국 고유의 연장이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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