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이미 알려진대로, 정부부처 중 9부2처청을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던 특별법을 백지화하며,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인구 40만의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기업들에게 땅값을 평당 36-40만원으로 대폭 인하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그들을 입주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세종시설치법 개정일정을 조절하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충청권 민심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역할을 분담, 충청지역 주민을 비롯해 전국민적 공감대 확산에 적극 나서기로 하고 정운찬총리가 충청권에서 기자회견, 방송사 토론, 지역 간담회 등을 통해 수정안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나서고, 한나라당지도부가 총동원 돼 적극적으로 세종시 홍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이미 공개된 것과 별반 차이가 없고, 근본적으로는, 정부기관을 이전하고 그에 따른 기업과 교육 문화기관들을 이전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추진해온 원안과 큰 차이도 없다. 오히려 재발기업에게 파격적인 분양가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입주를 설득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에 대한 반감과 반발만 가중시켰다. 충청도만 특혜를 베풀어야 할 아무 이유가 없으니 다른 지자체도 같은 조건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옮기지 않는 대신 기업을 강제로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특혜를 주는 것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며, 그동안 추진해 온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종시에 대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의 이전을 유인하기 위해 부지를 기왕의 기업도시 혁신도시의 절반가격으로 땅을 분양한다고 하면 이는 엄청난 특혜인데, 어느 기업이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로 이전하려 하겠는가.

세종시 특혜로 인한 지방의 반발이 예상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타지역 유치 사업 배제, 신규 사업 유치, 고용 창출 사업 위주, 지역여론 수렴, 해외자본 유치 등의 5대 원칙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이는 자본의 속성상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면 더 많은 부작용과 함께 충청권은 물론 다른 지방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을 무시할 경우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고, 지자체들의 요구대로 다른 지방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할 경우 전국이 기업특혜의 장이 될 게 뻔하다. 그러니, 수정안이 행복도시의 핵심인 '행정중심'을 빼고 이미 원안에 다 포함돼 있는 교육과 과학, 기업 기능을 담아 교육과학경제도시 운운하는 것은 세종시도 행복도시도 아닌 이명박식 기업도시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이제 충청도민, 충북도민은 어찌할 것인가. 세종시 수정안이 관철될 경우, 인구유입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던 충북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다. 이미 오송 산업단지와 오창 산업단지, 진천음성 혁신도시, 충주 기업도시에 옮겨가려던 기업들이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세종시로 빨려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특별도를 내결고 2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충청북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충청도민, 아니 충북도민의 선택은 하나 뿐이다. 일치단결해서 원안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홀대를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사실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다. 그러나 세종시는 충청도민의 문제가 아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의 문제임에도, 대통령과 정부는 이 문제를 충청권의 문제만으로 축소시켜 충청도민, 그것도 충북은 안중에도 없이 충남에 공장 몇 개를 입주시켜 소위 이명박식 기업도시 하나를 만들면 해결될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소위 수정안을 준비하면서 벌인 정운찬총리의 행보를 보더라도 우리 충북은 뒷전에 있었다.

그런데도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거나, 또는 오히려 정부안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거나, 혹은 애매하게 여론의 추이를 보자는 이들의 태도야 말로 우리 충북지역을 지키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고, 이것이 바로 정부여당이 노리고 있는 분열책이다. 이명박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중단하라. 충북도민은 일치단결해서 수정안에 단호하게 대처하라.

유재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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