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대섬이 갑자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고려청자를 가득 싣고 침몰한 보물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선박 인양 등 본격적인 발굴을 위해 인근 해역에 중요문화재(사적) 가지정을 했다. 또 경찰과 해경 등 관계기관에 현장보호를 요청했다.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들이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 보물선을 발견한 사람은 태안에 사는 어민 김용철(58)씨다. 그는 5월 14일 밤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꿈을 꿨다. 어민들 사이에서 길몽으로 보는 `물꿈`이었다. 이튿날 조업에서 주꾸미를 한창 낚아 올리던 김씨는 주꾸미 한 마리가 푸른 빛깔의 접시 하나를 물고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전날 길몽도 꾸었던 터라 심상치 않다고 생각 군청에 신고했다.

이 접시는 진품 청자였다. 대섬 앞바다에서 청자대접이 나왔다는 소식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현지조사에 착수했으며 8000여점이 묻혀있는 보물선을 찾아낸 것이다. 지난 2004년 군산 십이동파선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신안 안좌선, 2006년에는 안산 대부도선을 발굴한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4년 연속 고려시대 선박을 인양하는 셈이다.

선체 잔해는 동서 7.7m, 남북 7.3m에 달하며 외판과 멍에형 가룡 부속구, 저판 추정 목재 일부, 그리고 가공하지 않은 원통목과 석제 닻장 등이 확인됐다. 선체 상태로 볼 때 선박 길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고려선박 중 규모가 가장 큰 20m 가량이다. 청자는 대접과 접시가 주종을 이루지만, 과형주자(참외모양 주전자), 항아리, 발(鉢), 단지처럼 이전 해역 발굴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다양한 기종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이들 청자는 매우 고급품으로 귀족이나 왕실에서 쓰는 청자인 것으로 추정됐다. 문양도 앵무문, 모란 당초문, 철화문, 화엽문, 연판문, 어문 등으로 다양하여 매우 귀한 도자기이다. 대섬 해역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앞으로도 조사와 발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이 지역이 관광지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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