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부, 공항에서 전통마을로

▲ 1. 언덕위에 있는 위구르족 전통마을 2. 전통마을의 좁은 골목길 3. 전통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4. 전통마을의 위구르족 여인 5. 전통가옥의 작은 대문 6. 물을 뿌리던 위구르족 소녀 7. 공부를 하고 있는 위구르족 소년 8. 손님 접대용 과자와 사탕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도시 중의 한곳인 카슈갈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많은 것을 찾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짧은 일정을 아쉬워하며 아침 일찍 카스 공항으로 짐을 옮긴다. 카스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우루무치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 실크로드 중심도시로 자리 잡고 있는 우루무치에 도착해 초원과 천산천지를 돌아보기 위해 일찍 나선 것이다.
청주국제공항보다 작아 보이는 카스공항이 붐비고 있다. 작은 대합실에 가방을 내려놓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데 가이드 이군이 걱정스런 말을 전한다. 비행기가 정비중이라 아침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오후 5시에나 뜰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진동을 한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 우루무치가 처음이 아니지만 가볼 곳이 많은데 항공사가 미운 생각이 들기는 하나 비행기가 정비중이라 못 뜬다는데 어쩌란 말이냐 문제는 지금부터 카스에서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되는 것 같다. 해당 중국 남방항공사는 체인점인 호텔방에서 편안하게 쉬도록 해주겠다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손쉬운 제안을 해 오고 여행고수들인 우리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웅성대며 "뭔 얘기여", "그리는 못 해유", "다른 내용을 제시 해봐 "하며 우리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의견들을 내놓는다.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반은 농성이다. 하긴 여행사 사람들은 시간이나 보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니 참, 현지 여행사 직원이 오고, 사장과 전화를 연거푸 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다른 내용으로 보상을 하라, 우리는 카스에서 안 갈수도 있다며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우리들의 토론문화는 아직도 미숙한 지 각자의 좋은 생각을 내놓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이고 가능성 있는 내용을 선정하면 될 것을…….
"여기까지 왔는데 비행기 정비 며칠만 더 하라고 해봐.핑계대고 일주일 정도만 더 카스 주변을 더 돌아보고 가지 뭐, 잘 됐네" 하며 한마디 내놓으니 한바탕 웃음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풀어진다.
억지를 부려봐야 서로 손해이고 시간이 아쉬운 우리는 다음 비행시간까지 카스를 더 돌아보는 절충안을 내놓기에 찬성을 한다. 일정이 같아 함께 이동하던 다른 팀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호텔방에서 다음 항공편을 기다리기로 하는가 보다.
중국의 여행문화는 중국인들의 느긋함, 무책임감 등이 있어 대충하는 느낌이 남아 있으며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저가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며 쇼핑으로 수익성이나 올리는 그런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어 개선이 돼야 할 점이다.
반농성이 그래도 효과가 있어 남은 시간을 카스의 왕궁이 있던 전통마을과 반초고성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서두른다. 우루무치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통마을은 카스의 옛 시가지 모습을 그런대로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보이며 카라한 왕궁이 있던 마을이라 기대를 하나 왕궁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는것 같다. 언덕위에 있는 전통 민속마을이 400년 된 이란풍의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 해 기대를 하며 찾아보았으나 어떤 점이 이란풍인지도 잘 모르겠다. 카스에 도착해 처음 들린 전통마을 보다 내용이 잘 정리돼 있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 좋아 보인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만큼 마을의 모습이 옛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골목길을 통나무로 막아 동굴처럼 생긴 통로를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은 적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세 사람이 겨우 다닐 것 같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작은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해놓았다. 외침이 많았던 실크로드의 마을이라 모든 것이 외부로부터 공격해오는 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 같다.
청주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동 달동네 언덕길을 오르는 기분으로 마을의 좁은 길을 안내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나선다. 이곳은 우리의 민속촌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카스 시에서 보존지역으로 지정을 하고 입장료를 받아 마을의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자체를 전통마을 보존지구로 지정해 가정집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들이 대부분 흙으로 돼 자연친화적으로 보이고, 우리들의 60년대에도 시골집들은 흙벽돌의 초가집이 토담으로 둘러 싸여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 생각나게 한다.
작은 대문 앞에서 살포시 웃는 것으로 집 구경을 해도 좋다는 듯 위구르족 여인이 반갑게 맞아 주고 마을의 골목길에서 차분하게 생긴 예쁜 소녀가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을 뿌려주는 모습이 귀여워 볼펜을 하나 주니 무척 좋아한다.
대부분의 집들은 이층 구조로 정원이 매우 작고 여러 개의 방이 있어 많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전통마을 모퉁이 정원에 포도덩굴이 있고 탐스럽게 청포도가 한창 익어가고 있어 사진에 담아본다.
실크로드의 여러 도시들을 지나오면서 지방마다 특산품으로 과일들이 있던데 살펴보면 포도는 투루판이 주산지이며 아주 유명하다. 대부분 건포도로 판매하며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투루판의 포도로 담근 가정집의 포도주를 한잔 맛보는 것도 좋은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미의 하미과(레몬)는 지금이 제철이라 달콤한 맛과 즙을 제공하고 있고, 선선은 금포도가 유명하고, 쿠얼러는 향이 좋은 배로 소문난 향리가 있다. 쿠차는 살구가 많은 곳으로 지금이 한철이라 도로에는 살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오고가며 카스에는 살구 가공공장이 있다고 한다. 호탄은 석류가 많이 나는 곳으로 아직은 철이 아니라 지금 나오고 있는 석류는 저장용 석류를 출하하고 있단다. 카스의 특산품으로 무슨 씨앗이 있다고 설명을 했는데 무엇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그 외에 길손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수박은 어느 곳이나 널려 있을 정도로 많다. 달걀만한 대추가 눈길을 끌고, 호두·잣 등이 풍부한 곳이다. 모든 과일들이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미네랄이 풍부한 수분을 받아들이고 햇빛을 많이 받고 자라 과일들이 크고 육질이 뛰어나며 향기와 맛이 좋은 상품들이 되는 것 같다.
작은 문 사이로 마루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이는데 평화롭게 보이는 가정집이다. 양탄자 위에 배를 쭉 깔고 공부하는 모습이 우리가 1960년대 책상이 없어 방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호롱불 밑에서 공부하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눈높이 책상에 허리를 붙잡아주는 의자에 컴퓨터까지 동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데 결과는 어떤지 모르겠다.
소년의 성실한 모습에 볼펜을 하나 주니 좋아하고, 거실 한 가운데에는 손님 접대용 다과상이 차려져 있는데 접대용인지 전시용인지 모르는 사탕과 빵, 과자 등이 맛깔나게 보인다.
밀려오는 현대문명 속에 실크로드의 모습도 어쩔 수 없이 변하고 있지만 위구르인들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다음 집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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