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을 많이 보게 된다. 금년은 추위도 매섭다. 그러니 폭설로 내린 눈이 녹지도 못하고 얼어붙고, 사람이 다니는 작은 길은 눈이 얼어붙어 방심하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폭설은 도시교통도 마비시켜 놓았다. 미처 치우지 못한 눈과 빨리 교차로를 벗어나려는 꼬리물기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눈을 치우지 않아 도로가 얼어 있는 점포를 보면서는 몰상식한 주인을 나무라며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곤 한다. 눈이 내리면 경비실 옆에 세워져 있는 삽을 들고, 동사무소의 제설도구를 빌려 눈을 치워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우리들은 삽 잡기를 망설이고 외면하고 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차량들로 뒤엉킨 교차로에서 욕설과 삿대질, 귀청이 찢어질 듯 경음기를 울리는 운전자들을 보면서는 짜증과 함께 그들의 이기심을 꾸짖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교차로에 진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정지선 지키는 것을 참지 못한다. 파란 신호 때에 진입한 것이라고 애써 주장하지만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내가 먼저 집 앞 눈을 치우고, 정체된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정지선에 정차하면 너무 나서는 것 일까? 그래서 누군가 먼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성숙하지 않은 우리자신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 이제 정부가 세게 나선다고 한다. 자책하고 방관하는 시민들에게 정부는 과태료와 범칙금을 물린다는 계획을 내 놓은 것이다.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리고 정체를 유발하는 교차로 꼬리물기 차량에 대해서는 캠코더를 동원해서 반드시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눈치우기와 꼬리물기 차량을 계도하기 위한 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을 치우도록 많은 자치단체들이 조례를 제정했고 꼬리물기 차량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눈치우기 조례는 처벌규정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어서 이제는 과태료를 부과해 강제하고, 꼬리물기 차량은 그동안 정체를 가중시켰던 신호체계 개선 등을 병행하여 시민들의 불만과 시비를 막으면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제력을 동원하기에 앞서서 시민들을 한번 더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왔다가는 겨울눈이라고 눈치우기에 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눈을 치우는데 앞장 선 시민들을 포상하는 것은 어떨까? 꼬리 끊기를 하면 차량 연료비가 11% 줄고 주행속도가 25% 증가한다는 것을 운전자들은 알고 있을까? 신종플루의 확산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의 손 씻기 의식 수준은 짐작도 못할 정도로 높아졌는데,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성숙하지 않은 문화를 단시일 내에 강제로 바꾸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좋지만 준비된 시민들에게 더 나아지자고 호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규제는 하나의 방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제는 옳든 그르든 시민을 구속하는 울타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규제를 줄여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과도 엇박자다. 그렇다고 눈을 치우는데 무관심하고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염치없는 시민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다만 시민들에게 맡겨야 할 일이라면 시민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 윤석환 충남도립청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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