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미륵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이란 대좌에 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오른팔을 굽혀 손을 오른뺨에 살짝 대듯이 앉아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독특한 자세의 보살상을 말한다.


반가사유상은 부처님이 성도(成道)하기 이전의 태자시절에 인생무상을 느껴 중생구제라는 큰 듯을 품고 고뇌하는 명상 자세인 태자사유형(太子 思惟形)에서 유래한 것이나, 불교교리의 발달에 따라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인간 세상에 나타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중생을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겠다는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불(彌勒佛)의 신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의 최고 걸작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들 수 있다.


이 두 반가사유상은 사유에 잠긴 인간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인간의 영원한 자화상이라는 반가사유상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제78호 반가사유상은 날씬하고 우아하며 한국인의 얼굴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서 유명하다.


이러한 반가사유상은 일본에도 전해져 아스카(飛鳥)시대와 하쿠호(白鳳)시대에 많이 제작됐는데, 특히 고우류사(廣隆寺)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은 국보 제83호의 반가사유상과 거의 같은 형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많은 적송(赤松)으로 만들어진 점이나 당시 삼국과 일본 간의 교류관계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나리자 미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밀레의 비너스를 못 알아들으면 손가락질 하지만 '미륵반가사유상'하면 선뜻 무엇이라고 떠올리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왜 그럴까? 다른 나라의 미소나 사색은 다투어 이야기 하면서도 우리의 미소와 사색에 대하여는 왜 이리 무심할까?


미륵반가사유상은 다른 나라의 모나리자 미소나 생각하는 사람이나 비너스가 각각 가지고 있는 모습을 모두 한 몸에 가지고 있다.


모두 한 몸에 가지고 있다고 같은 미소와 사색,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유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 내면에서 모든 것을 초월해 우러나는, 비교될 수 없는 우리 겨레의 미소와 사색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겨레의 잔잔한 미소와 여유로운 사유의 모습을 다른 나라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과학분석 결과 미륵반가사유상은 √2의 수리가 몸에 서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반가사유상은 놋쇳물로 부어낸 것인데 쇳물을 부어서 어떻게 그렇게 흠 없는 잔잔한 아름다움을 부어냈는지, 머리부분과 몸통부분을 따로 부어내 붙였는데 통채로 부어낸 듯이 매끄러운 그 주조기술과 용접기술이 현대과학으로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이렇듯 우리 겨레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을 종교로 승화하여 잔잔하고 너그러운 미소와사색하는 모습을, 거칠은 금속주물인 청동 쇳물로 부어낸 것이다. /윤용현국립중앙과학관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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