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주로 이 메일과 바둑 게임이다. 바둑은 아마추어 3단에 불과한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데는 아주 적절한 오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넷 바둑게임이 상대를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대국을 하다 보니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싸움 끝에 대마를 잡자 상대방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독한 놈, 너나 잘 먹고 잘 살아라, xx끼>

대충 짐작컨대 나이가 어린 청소년으로 보였는데(확인을 안했으니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문자를 받고 보면 불쾌해서 더 이상 바둑을 둘 기분이 아니다. 아들이나 딸같은 어린 것에게서 독한 놈이란 욕설을 들으면서 바둑을 둬야 하는지 회의적이다. 이렇게 무례한 일은 한두번이 아니고, 늘상 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 상에서 욕설이나 비난이 일상이 되어 이제는 마네리즘에 빠져서 어지간한 것으로는 놀라지 않고 그러려니 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것은 방치해 둘 문제가 아니다.

두 해 전인가 촛불 집회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인터넷에 범람하던 좌우 대립의 댓글에 놀란 기억이 난다.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붓고 비난하던 논조는 도저히 문화시민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야만적인 태도였다. 그때만 하여도 그것이 남의 일같이 실감되지 않았지만, 지금 바둑을 두면서 독한 놈 하는 욕설을 듣자 피부로 실감이 된다. 그것이 싫으면 인터넷 바둑을 두지 않으면 될 것이고, 악풀이 싫으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될 수없을 것이다.

혹자는 인터넷 사용 아이디를 실명으로 하고, 인터넷 뱅킹 만큼이나 실명 확인 위주로 하자고 하지만, 그것 또한 정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그렇게 한다고 해도, 차명 통장이 있듯이 실명을 가장한 가명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터넷 아이디의 익명성 때문에 무례해지고 예의가 없는 것은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개인의 예절에 있을 것이다. 요즘은 유치원생이나 미취학 아이들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 이용실테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3세에서 5세의 영유아 인터넷 이용자 비율이 61.8 %에 달한다고 한다. 미취학 자녀의 인터넷 사용자도 70.9%라는 수치이다. 연필로 종이에다가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배우던 옛날 시대는 지나간 듯하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우리 생활의 일상적인 소도구가 되면서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향상을 꾀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스마트폰이니 안드로이드폰이니 하면서 하드웨어적인 진보만 할 것이 아니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화의식 향상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는 아이에게 예절 교육부터 시켜야 한다. 그것은 부모나 교사의 책임이기도 하고, 정부에서 제도적인 교육 장치(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인터넷 예절 과목을 넣는 일이다)를 마련해서 일상화하도록 신경을 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독한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고도 바둑게임을 두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 정현웅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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