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과학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보이는 인공물이 매우 많아졌다. 나무처럼 보이는 합성재질, 대리석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가죽처럼 보이는 합성모피 등등. 이러한 인공 재질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라면 시각적으로나 촉감으로는 잘 구분이 안될 만큼 정교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오감 가운데 시각이나 촉감보다 더 예민한 감각이 후각이다. 인간의 후각은 1만개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으며, 기억이나 감정, 성적 행동 등과 연관이 높다. 까마득히 먼 기억을 불현듯 떠올리게 하는 요인은 후각 때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감정을 자극하거나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려면 후각을 통하는 것이 시각이나 촉감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과거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발달한 것이 향수이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합성한 향수와 자연의 재료로부터 만든 향수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결과가 매우 다르다. 요즈음 과학이 발달하면서 자연 향과 매우 유사한 인공향의 합성이 가능해졌지만, 이러한 인공 향으로는 이성을 성적으로 유혹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인공 향 중에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던 경우도 있었다.
한 예로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에서는 유명 향수제품에 남성의 정자를 파괴하는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표가 없었더라도, 인공 향은 향수의 본래 목적인 사람에 대한 호감이나 성적 매력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비록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선택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연 향은 이성 유혹
옛날 우리 조상들은 향낭이나 사향이 들어간 향 노리개를 지니고 다녔는데, 이러한 자연 향은 이성을 유혹하는 사랑의 묘약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구하기 힘든 사향을 대감의 첩에게 뇌물로 바쳐서 얻은 벼슬을 '사향 당상'이라고 불렀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이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래서 페르시아에서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내 코에 저 사람 냄새가 난다.'라는 표현을 썼다.
영화 '향수'도 후각의 천재였던 주인공이 찾아낸 최고의 향수는 젊은 여인의 몸에서 나는 자연 향이었기 때문에 매혹적인 향내를 풍기는 여인들을 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향수는 인간본능 자극
동물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하여 페로몬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인간 페로몬의 실체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 페로몬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젊은 남자의 겨드랑이 땀 냄새를 맡는 젊은 여성의 생리 주기가 변하거나, 배란기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냄새를 맡은 젊은 남성들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 등이 관찰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독신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들에게 향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감귤계의 향을, 남성에게는 사향을 나눠주는데,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이성의 사랑을 불러 일으켜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보육료 지원, 다자녀 가정의 금리 해택, 한 아이 가정 자녀의 외로움을 부각하는 광고 캠페인, 산부인과의 낙태 금지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보다 향수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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