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의 창>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아프카니스탄 반군세력인 탈레반이 한국인 선교, 의료봉사단 23명을 납치하여 억류하고 있는 사건은 지금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벌써 인질 중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생사가 불투명하며,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절박한 실정이다.

물론 한국인의 외국에서의 인질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그들의 운명도 무사귀환, 탈출, 구출, 피살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인질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아쉬워했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후회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이런 사건들을 원만하고 슬기롭게 처리해 낼 수 있는 능력의 부재, 예컨대 외교력의 빈곤, 무사귀환에 올인할 수 있는 정책의 부재에 대한 난맥상 등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더라면, 우리의 귀중한 목숨만은 해치지 않을 만큼 힘이 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푸념들은 사실상 어찌보면 외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일어난 일에 대한 처리 방식이나 결과에 대한 논란일 뿐이다. 이 사건의 기저에는 이보다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 즉 우리의 역사의식의 부재로 인해 빚어진 사건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amp;amp;amp;amp;quot;역사 이래 새로운 것은 없다&amp;amp;amp;amp;quot;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래를 읽을 수 있다는 말로도 정리될 수 있다. 크게는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외국에의 군대 파견이 과연 정당했는가 하는 점에서부터, 작게는 어느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행동이 과연 확고한 역사의식을 담보로 하여 계획되고 추진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러한 역사의식의 확보를 위해 우리 교육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역사의식의 획득은 우리 교육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책무이며 그러한 역사의식에 대한 인식 능력의 획득은 우리 교육이 담임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부터라도 역사를 바로 알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시대의 역사 발전의 주역이 되기를 자처하여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우리가 견지해야 할 삶의 자세로 경쟁과 공존에 대한 마인드를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세계와 경쟁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이 보다 잘 살기 위해서 이며, 국력을 키워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유가 거기서 멈춘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잘 산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며,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존의식이 강한 민족이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에서 부터 농경사회의 '두레'도 있었고, 모임공화국이라는 냉소적 견해도 있지만 우리는 인간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유전적 기질을 타고난 듯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교육은 모두가 다 함께 잘 살기 위한 전인교육에 진력하고 있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일이고, 인간이 되어야만 경쟁을 거친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탈레반들이 우리의 공존 정신을 알았으면 한다.

억류된 인질들이 하루빨리 무사 귀환하기를 비는 마음에서 우리의 교육의 방향과 삶의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다.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이 성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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