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대학 2학년까지 대통령이라고는 단 한 분만 보고 자랐는데 그 분이 바로 박대통령이시다. 늘 근엄한 모습으로 찍으신 사진을 도처에서 보고 자랐다. 그 당시로 돌아가 보면 초등학생 시절은 아버지 이름은 못 외워도 국민교육헌장은 외워야 했다. 중학 시절은 유신,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학교에서 들었어야 했으며 음악시간에 배운 새마을 운동 노래는 애국가와 더불어 제일 중요한 곡이었다. 고교시절에는 대학입시가 인생의 절대적 가치였음에도 학도호국단 노래를 외워야만 했고 매주 월요일 조회도 애국 조회로 교련복 입고 군대 사열등을 했어야 했다. 안보 교육도 '반공방첩'에서 '멸공'이라는 단어로 강화되었으며 고 3생 영어 교과서의 18과가 새마을 운동에 대한 내용 이었다. 심지어 대학에서 조차 3학점짜리 국민윤리 기말시험이 '유신 헌법에 대해 논하라'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10월의 마지막 금요일이 지나는 시간에 유신의 심장부가 붕괴되면서 신문에 엄청나게 큰 글씨로 '박대통령 유고'라는 1면 톱기사가 내 눈에 들어 왔고 그 간 엄청난 군사독재를 휘둘렀던 박대통령이라서 못내 싫고도 싫은 분이었지만 그래도 그 분에 대한 정이 모질게도 남아있어 장례식 운구 행렬을 마치 아버지를 여의듯 한참을 울면서 본 기억이 난다. 박대통령 사망 후 이제 사람답게 사는 시대가 오는가 싶더니 그 해 겨울 한남동에서의 총소리와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싹이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전두환대통령의 등장에 맞추어 유신에 못지않은 무서운 시절을 보냈으며 우리들은 전두환고스톱, 전두환미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전대통령의 군부독재를 비아냥거리며 살았다. 이 같이 학창 시절이 끝나는 날 까지 귀 아프게 들었던 단어들이 516, 유신, 독재, 1212, 517, 518, 광주 사태, 중앙정보부, 안기부등의 단어들 이었으며 이들 단어는 우리 역사를 긍정이 아닌 강한 부정의 역사로 만들어 간 단어들이며 지금도 이 단어들에 의한 피해자들의 눈물과 한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정말 역사를 다시 돌이킬 수 있다면 이 단어들은 없어져야 만 할 단어들이며 지금도 이 단어들이 나오면 듣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 날 정도로 듣기 싫은 단어들이다. 그러더니 바야흐로 노태우씨의 그 유명한 629선언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가 되어 이제는 역사에 없어 져야 할 단어들이 없어지는 가 했더니 그것이 바이러스의 변형처럼 새롭게 바뀌어 우리에게 또 나타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영,호남 그리고 충청권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기어코는 세상에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단어인 지역감정과 지역정당이라는 단어로 탄생하고 말았다. 지금도 정치하시는 분들은 전국지도 펴 놓으시고 어디를 어떻게 자극할 까 하시는 생각에 몰두하고 계신 것 같다. 심지어 지역감정에 기대어 표 얻자고 前대통령들 앞에 머리 조아리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가슴이 다 타 들어 가는 것 같다. 그러더니 이제는 지역감정만으로는 안 되니까 한 술 더 나아가 사회 양극화 운운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의도적으로 갈라놓으려 하는 단어가 등장하고 의식 구조 및 성향조차도 이용하고자 개혁과 보수 그리고 양다리 걸치는 중도개혁이라는 단어들까지도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시절 살아오면서 너무나 듣고 싶지 않았던 단어들이 군사독재와 관련된 단어들이었다면 앞으로 듣고 싶지 않은 단어들을 꼽으라면 사람들을 갈라놓는 단어들을 듣고 싶지 않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네거티브 전략, 감성 선거, 지역감정, 사회 양극화등의 단어를 듣고 싶지 않다. 선거라고 하는 것은 정책을 통해 내 편을 보다 많이 얻기 위한 게임이지 사람들을 편 가르기 하여 패싸움을 통한 전쟁이 아님을 잘 알면서 자신들을 위해 이 같은 전략들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간다면 후에 군사독재 이상으로 나쁜 평가를 받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다. 마찬가지로 선거에 나선 사람들의 목적도 당선이다. 그러나 당선보다는 어떻게 당선되느냐를 생각해 주었으며 좋겠고 결단코 사람들 편 가르기를 통한 당선만큼은 지양해 주었으면 한다. 제발 금번 대권만큼은 사람들 편 가르는 단어들이 안 등장하는 선거가 되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 본다.

/조동욱 충북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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