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강요받는 교사직

어린시절을 뒤돌아 보면 누구나 '선생님'에 대한 아련한 기억 몇 개씩은 남아 있다. 배고픈 제자를 위해 남모르게 도시락 한두개를 더 싸오시던 선생님에서부터 쉬는시간에 학생의 머리를 손수 감기고 참빗으로 빗어 이를 잡아 주시던 스승님. 유달리 대한민국에서 선생님이라 하면 단순 직업인이 아니라 주위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상징적 윗분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스승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점차 무너지고 있지않나 싶다.

촌지를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하자며 스승의 날이면 학교 자체를 휴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부당한 징계를 거부한다며 교문 밖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웃지못할 사례도 있다.

헌신 강요받는 교사직

교사는 점심식사 시간까지 학생을 지도하는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아 보통 오후 4시 30분에 퇴근 할 수도 있으며, 1년에 3개월 정도를 방학으로 쉴수도 있고, 출산휴가 기간에는 기간제 교사가 수업을 대신해주며, 정년으로 60세가 넘는 고령(?)까지 쫓겨날 염려가 없는 공인된 직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일부교사들의 일제고사 거부투쟁을 비롯해 7차 교육과정 반대, 교원평가제 반대투쟁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거세게 항거하며 결연하게 고난의 길을 걷는 교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학교 현장에서 전날 밤 늦도록 학원과 집에서 공부하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제자를 차마 깨워 야단치지 못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입시 경쟁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옥상에서 뛰어 내리는 제자의 안타까운 죽음앞에 손을 놓고 넉을 잃은 선생님. 초.중등 교사 뿐 아니라 대학 교수들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자비로 유학길에 올라 어렵게 박사를 취득한 후에도 오랜세월을 생활비조차 않되는 시급을 받으며 시간강사로, 또 어렵게 오른 전임강사 직을 지키며 재임용 탈락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수직을 얻기 위해 발소리조차 숨죽이며 주위와 담을 쌓거나 살아남기 위한 안착주의에 빠저들 수 뿐이 없는게 현실이다.

복지국가 우선은 교육정책부터

국가가 발전하고 국가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교육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교육은 국체 유지와 국가의 생존적 기본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자유롭고 창의력 있는 인재로 성장시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 개인별 학습이력 관리와 학습계좌제도 도입을 통한 실질적으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당 교사 숫자를 2배수로 배치하는 등의 획기적 공적투자와 발상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입시만을 위한 사교육을 점차 줄이고 이를 공교육으로 흡수하며 제반 교육관련 비용과 고등학교까지 국가부담 의무교육으로의 전환확대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갈수록 사교육이 판을 치고 과도하게 경쟁적이며 관료적이고, 효율성이 의문시 되는 교육제도가 판을 치는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이 '참된 스승'의 역할을 해나가리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적잖은 잡음속에서도 꾸준히 추진 중인 4대강 개발에 40조 원이란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 된다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적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있는 교육정책에도 이런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발상이 투입되면 얼마나 좋을까!

▲ 김영대 충북도립대학 겸임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