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부, 실크로드의 하늘길

▲ 1. 비행기 뒤로 보이는 산줄기 2. 하늘에서 본 카스지역의 초원과 마을 3. 하늘에서 본 사막의 모습 4. 하늘에서 보는 산줄기 모습 5. 하늘에서 보는 산줄기와 사막 6. 구름속의 천산모습 7. 하늘에서 본 우루무치의 공항과 도로 8. 우루무치의 공장과 들판 모습
실크로드에 대한 많은 아쉬움을 남겨 두고 아침에 타지 못한 비행기를 다시 타기 위해 카슈가르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카스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방법은 자동차나 열차를 이용하는 도로와 철로가 있지만 실크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항공편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 거리가 1500km 이르는 한반도의 남북길이보다 더 먼 길이라서 천산산맥의 남부지역 몇 개의 산줄기들을 넘고 타림분지와 천산남부 산기슭 사이로 난 천산남로를 따라가는 도로를 이용하거나 카슈가르에서 투루판을 거처 우루무치까지 열차로 가는 교통편이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하늘길이다.
이 길은 1990년대 초까지도 낙타를 타고 차를 타고 걸어서 20여일 걸리는 길이였다고 한다. 버스로는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 우리들을 태우고 다니던 우애가 깊어 보이는 두 형제가 카스에서 우루무치까지 되돌아갈 때 둘이 운전교대를 하며 쉬지 않고 달려 하루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을 하던데 여행객들은 이렇게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1999년 투루판과 카스 사이에 남강철로(南疆鐵路)가 개통되고 23시간으로 단축돼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실크로드를 오고가던 많은 카라반(실크로드의 대상)들이나 여행객들이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과 갈증을 달래며 낙타를 타고 이십일 이상 걸리던 길이 냉난방이 잘되는 열차의 침대칸에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실크로드 주변을 구경하며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우루무치와 카스를 연결하는 쾌속열차가 달리고 최신형 복층침대열차라고 하던데 열차의 창가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며 사막과 천산의 산줄기를 바라보고 싶다.
카스공항에서 출발해 우루무치 국제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되며 비행을 하며 구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실크로드 사막지대와 천산산맥의 산줄기와 만년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덤으로 보는 하늘길이다. 진정으로 실크로드의 새로운 길로 인정하고 싶은 하늘길이다. 낙타를 끌고 이십일 걸리던 이 길이 도로가 뚫리며 차량으로 삼사일 걸리고 하늘 길이 열려 한나절이면 오고가니 현대문명의 발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비록 우루무치에서 출발해 실크로드의 핵인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며 천산남로와 서역남로를 돌고 돌아 며칠을 걸려 왔지만 그 길을 1시간 30분정도에 다시 건너간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아 싱겁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예전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중국대륙이나 바닷길을 통해 카슈가르 이곳까지 갔다 온다고 생각하자 몇 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런 그림들이 그려진다. 신라의 고승 혜초 스님은 인도를 돌아보고 이곳을 지나갔다고 하는데 힘들었을 여행길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한민족의 진정한 서방 개척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후 6시, 중국남방항공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비행기가 뜨기는 뜨는가 보다. 이번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정말 토요일까지는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핑계 삼아 일행들에게 "비행기 정비를 한번만 더 하지"하며 한마디 하니 다들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와르르 웃는다. 이번 비행기에 탑승을 못하면 한국으로 가는 대한항공은 토요일에나 온다고 하니 핑계 김에 카슈가르 주변을 더 돌아보고 가자는 이야기이다. 오후 항공편은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혼잡하지 않아 쉽게 화물을 부치고 잠시 카스공항을 한번 돌아보고 간단한 절차 후 걸어서 비행기를 타러 간다. 비행기 뒤로 천산산맥의 산줄기가 보인다. 저 앞으로 천산줄기가 보이니 이곳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것을 알게 한다. 실크로드의 하늘과 천산산맥을 볼 수 있도록 창가 좌석으로 배정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데 정말 창가 옆에 앉게 됐다.
새로운 실크로드, 또 하나의 실크로드인 하늘길이 있어 짧은 일정으로도 중국의 서역 끝인 카스까지 갔다 오는 기회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 옛날 사람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터이니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현대문명의 발전으로 그 덕을 본다는 생각이나 한편으로 아쉬움이 스며들고 있는 것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잠시 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카슈가르와 위구르족들을 뒤로하며 이륙한다. 역사의 도시 카슈가르가 위구르인들의 통한과 희망을 안고 초원과 사막과 산줄기 속에 평화롭게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실크로드는 의외로 소금기가 많아 보이는 사막에 물이 흐른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사막과 함께 푸른 초원이 보이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가 마을을 이어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하늘에서도 보인다. 하늘에서 보는 산줄기도 꽃무늬와 동물상 등 여러 가지 기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니 자연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치고는 사람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작품이라 자연의 신비감에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곳이 아주 옛날에는 바다였다가 훌렁 뒤집어져 육지가 됐다고 하니 다시 바다로 변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재미있어 혼자 웃어 본다.
높은 만큼 넓게 하늘에서 내려다본 천산산맥은 작은 산줄기와 그 주변으로 붉은 사막이 펼쳐지고 있어 산줄기와 사막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위에서 바라보는 타림분지와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습을 보며 그 형상을 그려보나 워낙 큰 면적이어서인지 부분만 보는 것으로는 잘 알 수가 없다. 하늘에서 본 천산산맥의 일부 모습이 연꽃무늬의 산줄기를 판화에 찍어 놓은 듯하다. 창문에 붙어 한동안 하늘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선을 뗄 줄을 모르고 언제 다시 이곳에 와 볼거나 하는 긴 아쉬움 남기며 우루무치를 향한다. 언젠가 다시 올 수도 있겠지 천산북로를 마음에 담고 있으니, 구름이 많은 실크로드 하늘 길에서 맑고 깨끗한 만년설과 초원을 시원스럽게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길게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있다.
하늘에서 보는 천산산맥, 중국 서부지역의 국경을 이루며 실크로드의 중심으로 자라잡고 있다. 2000km가 넘는 산맥을 따라 계곡과 분지가 펼쳐지는데 그 길이가 동서로 3000km에 달한다고 한다. 남북의 너비는 400km를 넘나들며 그 중심에 타림분지가 있고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이 대부분이다. 천산산맥은 알프스형의 지형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초원과 만년설이 쌓여 있고 그 사이에 침엽수림지대가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천산산맥의 최고봉을 보그다봉(5449m), 칸텡그리(7040m), 포베다봉(7439m)등으로 여러 곳의 산봉우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승리봉(勝利峰)으로 부르는 포베다봉이 가장 높은 천산산맥의 주봉이 되고 있다.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빙하와 함께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살짝 슬그머니 보여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위용과 신비감을 더 해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들이 자연을 대하는 자연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느낌이다. 자연은 도전이나 정복이 아닌 극복과 동화되는 것이며 실크로드의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이 눈물겹지만 순수함이 묻어나는 삶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얀 설산이 내려서며 붉은 산이 나타나고 깊고 긴 계곡 사이로 작은 길이 가물가물 이어간다. 저 길을 따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유년시절 군자산과 괴강의 물줄기를 따라 고무풍선을 타고 넘어가던 어린 꿈이 실크로드에서 계속 이어지며 자연을 향한 경외감과 끝없는 궁금증은 계속되고 있다.
한동안 흰 구름사이로 하얀 설산이 보이다 말다 하더니 녹색과 갈색이 겹치는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낮은 모습의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루무치에 도착을 한 것이다. 실크로드에 하늘길이 열려 그 덕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우루무치공항과 활주로가 한눈에 보이는 맑은 날씨이다. 넓은 도로가 시원스럽게 달려가고 반듯하게 농지정리가 잘 된 큼지막한 농경지들이 줄을 지어 이어가는데 밭에는 노란 물결이 춤추는 것으로 보아 밀밭이 아닌가 싶다.
시가지 외곽으로 보이는 공장의 지붕들과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주택가들이 보이고 실크로드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잡아가는 우루무치가 평화로운 모습으로 눈 아래 펼쳐지고 있다.
천산 산줄기 아래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우루무치를 내려다보며 반가움에 손을 내밀어 본다.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고 있는 우루무치가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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