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요즘 청주시가 기분좋게 술렁이고 있다. 공공미술프로젝트와 젊은 미술가들을 위한 창작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시내 곳곳에 예술적인 영감과 숨결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는 '공예도시 청주'를 테마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국내외 작가 20명의 작품을 선정했다.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으로 실용성과 심미성, 그리고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행복한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에바힐드와 한국인으로서 베니스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국제적인 작가 최정화씨, 충북출신으로 국내 미술계의 거장인 김봉구 선생 등이 참여한다.

이와함께 청주시는 정부로부터 도시공간의 디자인을 보다 아름답고 가치있게 꾸밀수 있는 공공디자인개선사업자로 선정됐다. 거리의 간판, 건물, 벤치, 이정표 등 획일적이고 국적불명의 디자인을 차별화되고 시민들의 문화향수를 만들어 줄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키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젊은 미술가들을 위한 창작스튜디오가 오픈했다. 파리의 퐁피드센터나 로베르네 집에 견줄 수는 없지만 젊은 작가들에게 다양한 창작공간을 만들어주고 작가들의 꿈을 펼칠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또 중앙공원 일대에 노인커뮤니티를 주제로 한 공공미술프로젝트가 복권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쯤되면 청주는 지금 미술인들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도시공간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공공미술에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 그리고 공공성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시민들은 문화도시의 자긍심을 갖게 되고 수준 높은 문화향수가 가능하며,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예술혼을 맘껏 펼칠수 있는 무대가 된다. 또한 방문객들은 멋진 감동과 추억을 만날 수 있으며, 자치단체는 문화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공미술의 미래가 보랏빛인 것만은 아니다. 도시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 설치되거나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으면 흉물로 둔갑할 수 있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공미술은 한 마디로 '실용미학'이다.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이며 답답하기까지 한 도시에 미술과 문화를 입히는 살아있는 미술관 프로젝트인 것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프로젝트와 도시갤러리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공미술로 도시 전체를 살리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도시 곳곳을 설치미술품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군산, 안양 등 전국의 11개 도시를 대상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공공미술이 단순히 도시를 점령하고 장식하는 미술품이 아니라 공동체를 표현하는 사회적 미디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청주의 문화지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시민들과 작가, 그리고 자치단체가 하나가 되어 세계 일류 문화브랜드로 발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작품과 도시공간, 그리고 생태와 미래가 결합하면서 삶과 예술의 가치를 통합하는 열정을 담는 새로운 문화담론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도시의 이미지가 개선되거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점진적으로, 그리고 시간과 인내를 갖고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이들 사업을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벼랑 끝에 몰아세우는 것을 경계한다.

공공미술을 통해 우리지역이 생명과 삶, 문화와 문명을 멋지게 연출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매트릭스, 살아있는 거대한 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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