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옛 지도 바로보기 '보기-읽기-감상하기'

지도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미술, 사상 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지도는 문화적 산물이며, 사회적 산물이다. 지도가 제작되기까지는 지도를 필요로 했던 사회·문화적 요청이 있다. 지도는 시간과 공간의 교차 속에서 탄생된다. 지도 속에는 역사와 과학이 있고 지리와 환경이 있으며, 역사와 문화를 이룩한 조상들의 숨결이 스며 있다.


우리나라 고지도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여러 유형의 지도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지도의 유형은 지도가 포괄하는 대상 지역의 규모와 내용에 따라 구분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즉 천하도(天下圖: 世界地圖), 관방지도(關防地圖), 전도(全圖), 도별지도(道別地圖), 분도(分圖: 郡縣地圖), 기타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천하도는 세계를 그린 세계지도, 관방지도는 군사지역과 변경지역을 그린 군사지도, 전도는 우리나라 전체를 그린 지도, 도별지도는 도를 단위로 그린 지도, 분도는 군현 및 그 하위 지역을 그린 지도를 지칭한다. 그러나 외국지도(外國地圖), 도성도(都城圖), 궁궐도·관아도(宮闕圖·官衙圖), 산도(山圖), 천문도(天文圖) 등은 별도의 유형으로 독립시킬 수 있다.


이러한 지도를 바라보려면,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첫째 단계는 지도 '보기'이다. 지도의 채색, 형태의 옳고 그름, 방향, 거리 등을 눈으로 보고, 지도가 정확한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두 번째 단계는 지도 '읽기'이다. 지도의 초점이 무엇인가, 어떤 내용은 왜 그렇게 크게 그려져 있는가, 왜 잘못 그려져 있는가 등을 머리로, 지식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마지막 단계는 감상하기이다. 지도와 하나가 되어 지도를 즐기면서 지도에 몰입하는 경지로서, 가슴으로 지도를 이해하는 단계다. 이 세 과정의 지도 이해하기는 옛 지도일수록 요청된다. 어느 단계까지 지도와 마주하였느냐에 따라 같은 지도에 대해서도 평가가 달라진다. 특히 회화식 지도의 경우 그러하다.


우리나라 고지도의 특징은 회화식지도 즉 그림지도가 많은 점이다. 우리 선조들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지도를 제작하면서도,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하였으며, 족자나 병풍으로 만들어 감상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회화식지도의 가치가 발휘된 지도는 군현지도나 궁궐도·관아도 같은 특수도이다.


그림지도의 장점은 이해가 쉽고 그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는 점에 있다. 우리가 지금 현대의 5만분의 1 지형도를 보려면 지도에 대한 기본 상식이 필요하다. 등고선의 개념도 알아야 하고, 기호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림지도는 눈으로 보는 순간 그 지역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며, 지역의 산천과 마을, 도로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도를 만드는 사람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생략하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 알려 주고 싶은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회화식 지도 즉 그림지도는 원시적인 형태의 지도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지도가 일반에 가장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지도 양식이다. 기호에 대한 지식, 설명이 필요 없이 지역에 곧바로 도달할 수 있으며, 예술적 감동까지 줄 수 있어 감상을 위한 예술품으로 지도가 가까이 곁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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