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작년 꼴찌서 올해 '톱'

1년사이 지옥과 천당을 다녀온 사람.이기용 충북교육감이 당사자이다. 지난해 이맘때 교과부가 처음으로 전국 초등6학년, 중3, 고1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발표했을때 충북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최하위권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이를 놓고 빗발치는 여론의 질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 교육감은 "학력저하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공식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학생들이 공부하고 안하고,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의를 가지고 있던 아니던간에, 그 모든 것이 전적으로 교육감의 지도력 부재나 감시소홀에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계의 수장이라는 원초적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따른 리액션이었다.그로부터 한해가 지나 얼마 전 발표한 2009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충북은 전국 최상위권으로 도약을 하며 이교욱감 말마따나 '기적'을 만들어냈다. 꼴찌를 해본 것이 약발을 받은셈이다.그렇다고 해도 교육계의 절치부심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인정하지만 일부에서 '축하'운운 할 것 까지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해 충북교육청 꼴이 난 다른 시·도교육청이 손놓고 있을리 만무하고 혹여 자만에 빠질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꼴찌탈출을 위한 선생님들의 수고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낸다. 당연히 할 일이기도 하지만 공교육의 회복을 보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농촌과 산촌이 많은 지역 특성상사교육보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도 교육청의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나 수업스타제, 교과연구제 등 선생님들의 연구 의욕고취 동기부여가 피드백을 만들어 낸 것 외에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이 처지는 시골 아이들을 위한 자발적 맞춤형 교육 등은 선생님들의 진정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임대아파트를 아이들의 무료공부방으로 내주고 일년 열두달 학력신장에 열정을 쏟은청원군 만수초등학교 정지숙,오지윤 두 새내기 교사들의 사례나 주요 5개 과목을 수준별로 나눠 맞춤형 지도를 하는 동시 학교안에 영어캠프 등을 개설해 암기가 아닌 이해력을 높여 성적을 눈에 띄게 향상시킨 옥천초등학교의 경우 등은 단연 돋보였다. 또 전교생이 50명인 괴산 청천중은 지난 해 3학년 학생 중 절반가까이가 낙제점을 받은 구제불능 이었으나 올해는 낙제가 한명도없는 '대형사고'를 쳤다.이 학교 김화태교장은 성적부진의 원인은 학생들이 꿈을 잃었기때문이라고 보고현인들의 성공담을 전해주는 등 미래에 대한 희망 심어주기 교육을 편 끝에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그런가 하면 교사들은 자청해서 방과후 맞춤형 수업을 했고 버스가 끊기면 택시를 태워 보내는 등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랬던가.

이밖에 지역의 여러 학교들이 멘토링제, 1대1 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력을 신장시켜 호평을 받고있는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제도권안의 교육인프라를 활용했다는 점 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 교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지도방법들이 돋보인다. 도시같으면 사교육으로 채워야 할 부족분을 공교육의 시스템안에서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한켠으로 전교조가 방과후나방학 때 강제등교 시키고 문제풀이식 훈련결과로 학력이 신장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교육을 시킬곳도, 시킬 여유도 없는 상당수 농·산촌 학부모들에게는 학교와 선생님은 든든한 후원군이다. 선생님들이 공교육을 더 살찌게 해줬으면 좋겠다.

▲ 이정 본보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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