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박현규 교수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한 지명"

중국에서는 신라(新羅)라는 명칭이 심심치 않게발견된다. 중국 동남부 해안지대를 낀 푸젠성(福建省)만 해도 적지 않은 '신라' 명칭이 남아있다.

이에 주목한 역사학자나 호사가들은 그 명칭이 신라라는 왕국과 관계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하면, 심지어는 장보고와 연결시켜 그들이 남긴 유산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중문화교류사 전공인 순천향대 박현규(朴現圭) 교수는 푸젠성 일대 신라라는 명칭이 들어간 8곳을 대상으로 과연 한반도 천년왕국 신라와 관련이 있는지를 관련 문헌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나아가 현지답사까지 곁들여 분석했다.

결과는 신라국에서 유래했음이 명백한 것은 없었다.

푸젠성 남부 연안 '민남' 지역에 위치한 신라 명칭 3곳은 신라국과 관련이 있을개연성이 높은 반면, 남부 내륙 '민서' 지역의 신라 명칭은 신라국과는 관련 없이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 연구에 의하면 민남 지역 남안(南安)의 신라촌(新羅村)과 신라사(新羅寺), 하문(厦門)의 신라송(新羅松)은 일찍부터 한반도와 해상 교통을 활발하게 전개한 연안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 명칭이 신라국에서 유래했을 개연성은 높다.

이 중 남안 신라촌과 신라사는 진강(晉江) 강변에 소재한 마을로 선박 운행이 용이한 데다 주변에는 신라 고승 현눌(玄訥)이 주석한 복청사(福淸寺), 신라 화상에관한 면밀한 기록이 담긴 불교문헌인 '조당집'(祖堂集)의 산실인 초경사(招慶寺), 대외교역과 항해 안전을 비는 구일산(九日山)이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신라국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라사의 경우 건립연대가 신라 멸망 수백년 뒤인 남송(南宋) 말기 13세기라는 점 등에서 신라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하문 지역 신라송은 당 말기 중국 승려인 진암이란 사람이 심었다는 소나무다. 그렇지만 이조차 신라국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나아가 민서지역 옛 신라현(新羅縣)을 필두로 장정(長汀)의 신라서원(新羅書院), 영정(永定)의 신라도(新羅渡), 용암(龍巖)의 신라구(新羅區), 연성(連城)의 신라촌(新羅村) 등은 모두 신라국과는 관계 없이 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한 지명임을 밝혀냈다.

박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정리한 논문 '중국 푸젠(福建) 남부 신라 명칭 고찰'을 다음달에 발간될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 학술기관지 '신라문화'에 투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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