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고령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09년 농업 및 어업조사 결과'는 우리 농촌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농촌을 '노인들만의 세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전체 농촌인구 311만 7천명의 34.2%가 65세 이상이다. 농촌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65세 이상 농촌인구 비중은 1999년 21.1% 에서 10년만에 34.2%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 10.7%와 비교해도 농촌 고령화는 3배 이상 진전된 것이다. 특히 전체인구의 고령화율이 전년대비 0.4% 상승한 반면, 농촌고령화율은 0.9% 상승하여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여주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농촌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연령대별 농촌인구는 70세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하고 50대 이상이 63.2%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고령인구는 많고 젊은 인구는 적은 표주박형의 비정상적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 후에는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젊은 30-40대의 농촌이탈이 진행된다면 그런 농촌의 모습은 쉽게 그려진다. 농촌고령화의 문제가 지역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의 고령화율이 충북 33.8%, 충남 35.3%여서 허약해 진 우리 지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의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일반화된 경향인 것처럼 농촌의 고령화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났고 그 자리는 빈 공간으로 남았다. 특히 도농간의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져 1995년 농가 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95% 수준이었으나 2007년 72.5%, 2008년엔 65.3%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농촌을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인 듯하다. 도시의 다양한 일거리와 문화적 풍요로움을 포기하고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유인이 농촌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빈곤과 열악한 생활환경이 농촌을 떠나게 하고 고령화를 이끈 것이다.

나라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도 내가 농촌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을 농촌으로 이끄는 묘책은 없다. 그동안 정부가 영농후계자 육성, 농촌체험관광, 농업복지, 농촌활력증진 등의 대책을 만들고 추진하였지만 농촌고령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악화된 고용환경의 탈출구를 제공하고 농촌주민을 확보하기 위해 귀농과 귀촌이 주목받고 있지만, 2008년 한해 우리나라 전체 귀농 가구수는 2,218가구로 아직 실감할만한 수준도 아니다.

이제 농촌고령화의 문제는 농촌노인에 대한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위적으로 농촌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농촌에서 실제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는 다수의 노인 농부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현재 농촌은 잘사는 농가와 못사는 농가의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고령화된 농가일수록 저소득계층에 속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해 온 그들이 따뜻하게 생활할 수 없다면 농촌은 평화롭고 건강한 곳이 될 수 없다. 젊은 농부가 없다면 노인 농부가 농촌의 주역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촌 노인들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윤석환 도립청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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