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대의 국부손실 방지

세계 1위의 우리 선박·조선소 건조 기술을 통째로 중국에 유출하려던 전직 조선업체 기술부장 등이 국정원 요원들의 끈질긴 추적에 기술유출 직전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전 회사에서 불법으로 유출한 자료에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시추선, 천연액화가스(lng)선, 자동차 운반선 등의 설계도면 뿐 아니라 조선소 건설 도면까지 포함돼 있었다.

국정원이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1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기술력이 세계적인데다 부가가치도 높아 산업스파이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선업체가 밀집한 부산·경남·울산 등을 돌며 기술 유출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로부터 "전직 기술기획팀장이 지난해 3월 퇴사하며 개인컴퓨터 내용 전체를 삭제하고 나갔는데 컴퓨터에 중요한 자료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간 국정원은 주요 산업기밀 유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전직 기술기획팀장인 엄모씨(53)를 추적했다. 엄씨는 회사에서 전체 공정도·설계완료보고서 등인 담긴 지식관리시스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가진 3명 중 1명이었다.

이 회사 지식관리시스템서버에는 69척에 이르는 lng선 등 첨단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설계도와 기술이 담겨 있었으며 이로인한 선박설계비용·기술개발비 등 직접 피해액만 51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국의 저가 경쟁선박 건조로 인한 수주 감소액 등을 합하면 향후 5년간 모두 35조원에 이르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국정원과 검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엄씨는 퇴사 후 기술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체를 거쳐 지난해 12월 중견 조선업체인 m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으로 완전 이주, 설계도면 등을 사용하려 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 7월 9일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m사를 압수수색하고 엄씨를 붙잡았으며 7월 30일에는 엄씨를 구속기소하고 m사의 협력업체 관계자 고모씨(44)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103건의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을 적발한 바 있다. /대전=허송빈 기자 b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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