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19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어제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명이었던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 질서 창조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중도개혁 성향의 제3지대 정치세력을 규합해 궁극적으로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손 전지사의 탈당은, 기로에 선 한 정치인의 중요한 선택으로 존중돼야 할 것이다. 함부로 잘했다 못했다 평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선 승복을 약속했던 그의 탈당은, 우리의 뒤떨어진 정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탈당 후 신당 창당, 대선 출마는 퇴행적 정치행보다.그런 정치인들 모두가 실패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인제 학습효과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다.

탈당의 변도 옹색하다. 손 전 지사는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자신의 탈당이 주몽이 낡은 가치에 매달려 있는 부여를 떠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또 경기지사까지 지냈다.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사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경선 룰을 두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경선 불참이라는 으름장을 놓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빅3의 한 축이었지만 단 한 번도 지지율 10%선을 넘지 못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겉으로는 당의 정체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패배 가능성이 탈당의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고 했다.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사랑과 정성, 명예를 다 돌려드리고자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다.

정권교체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진정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걷겠다"면 대선 출마라는 욕심부터 접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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