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조동욱ㆍ충북과학대 교수 통신공학ㆍ산학연 전국협의회 부회장

▲조동욱조동욱ㆍ충북과학대 교수 통신공학ㆍ산학연 전국협의회 부회장
필자의 늦둥이 막내가 올해 5살이다.

재미있는 것은 집사람이 한글도 잘 모르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다는 사실이다.

5살의 나이에 엄마와 떨어지는 것도 무서워하는 아이를 매몰차게 영어유치원에 보내놓고 우리 집사람은 당당한 모습이다.

자신은 국제화시대에 앞서가는 사람으로, 필자는 세상 돌아가는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쯤으로 여긴다.

엄마와 떨어져 벌써부터 영어에 시달릴 아이를 생각해 보니 너무도 딱해 며칠 전에 유치원엘 가 보았다. 가보니 외국인 강사들이 득실거리고 심지어 한국인 선생님들까지 영어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필자가 영어를 못하게 생겼다고 느꼈는지 필자에게는 한국어로 말해주는 성은에 망극하여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필자 아이 이름이 다니엘로 되어 있었다. 아니 엄연히 조민영이라는 이름을 온 집안이 심사숙고하여 지어 주었건만 아이 이름이 영어 이름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 기가차서 말이 안 나왔다.

아니 성을 바꾸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치욕으로 여기고 있는데 내 돈 내고 보내는 아이 유치원에서 마음대로 아이 성을 갈아 버리니....

게다가 필자 어린 시절은 영어는 고사하고 그저 아이들과 뛰어 노는 것이 공부였고 온 동네를 휘 저으면서 다니던 것이 하루 일과였다.

영어는 중학교가서 빡빡머리하고 처음으로 배웠는데 지금 아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너무도 측은해 보인다.

하기사 영어 유치원뿐 아니라 놀이 수학, 창의성 교육에 미술까지 다 받고 오면 그 어린 녀석이 오후 6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그것도 모자라 집에 들어오면 또 한자선생님과 한글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더 나아가 집 사람은 아이들 영어 교육 때문에 아예 미국에 교환교수로 나가자고 성화다.

아니 이 좋은 우리나라 놔두고 오십이 된 이 나이에 아이 영어 교육 문제로 외국에 나가자고 하니 머리가 참 많이 아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필자 집만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집 사람은 필자와 함께 가자고 하지만 남자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고 떠난 집이 부지기수며 이렇게 혼자되어 사는 사람들을 기러기 아빠라고 한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유학생 가운데 우리나라 유학생이 가장 많고 그 비율이 이제 14%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 현장에서 힘들여 벌어들인 달러가 조기 유학등에 대한 경비로 다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교육 부분에 대한 적자가 2011년에 1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공교육의 부실로만 여기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통상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고 견인하는 정도를 점수화 한 자료가 있는데 기업을 100점으로 했을 시 ngo가 90점, 가정이 60점, 정부가 30점, 학교가 10점이라고 한다.

따라서 학교보다 더 시대 변화에 적극적이고 앞서 가는 것이 가정인 연유로 이들이 공교육을 불신하고 대안학교부터 시작해서 사교육 부분, 학원 문제, 조기 유학등을 행한다는 것 이다.

똑똑한 학부모들이 많다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를 어찌 해석해야 이 같은 현상을 다 설명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기유학생은 조기유학생대로 문제이고 석,박사 과정으로 유학 간 학생들도 학위 마친 후 귀국치 않고 그대로 두뇌 유출로 이어지는 현상까지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기껏 다 키워 유학 보냈더니 학위 마치고 미국을 위해 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복도 많은 미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필자와 친한 교수 한 분은 점심 식사 가자고 하니 학교 식당엘 가자고 한다. 이유 인 즉 기러기 아빠인데 짜장면이나 통상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도 먹어서 가정식처럼 국과 찌개가 나오는 학교 식당이 좋아 그렇다고 한다. 또 어쩌다 팔이 닿았는데 너무 좋아한다.

집 사람과 자식들이 전부 떠나고 없으니 스킨쉽이 그리운 것 같다. 밤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tv를 가족 삼고 홀로 베개 안고 자야 하는 그 초라한 몰골을 떠 올려 보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 미국엘 갈려고 하면 그 비행기 값으로 돈이나 더 보내달라는 회신에 날수 없는 기러기들의 상념이 더 깊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날수 있는 기러기들은 나은 형편이란다. 날지 못하는 주변의 기러기들을 보며 날아라. 기러기야라고 말해 주는 필자의 소리가 공허하게 들림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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