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간부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성희롱 판결을 받았던 제주 전 도지사의 민주당 복당 신청이 무산되었다. '진보개혁성향'의 의원들까지 복당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행태를 보면서 표 앞에는 인권도 없고, 진보개혁도 쓸데없는 모양이라 분개했었는데, 여성계를 비롯한 비등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었나 보다.

매번 선거철이 되면 민주개혁세력이 그토록 외치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오간데 없고,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 점치면서 눈앞에 보이는 선거의 승리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목표를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천박함은 이미 낯설지 않게 익숙해져 있다.

성희롱 전력이 있다고 당원의 자격까지 막을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책임있는 정당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영입절차를 거치면서 공직 후보로 공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시민사회와는 가치와 정책에 바탕을 둔 야당 간의 정치연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뒤로는 시민사회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도덕적 결함을 지닌 인사를 공천하려고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었다니,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었을까? 민주당 내부에서 도덕성보다 당선가능성을 우위에 두고 공천을 했었다면 아마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가져왔던 정치에 대한 불신에 혐오감을 더했을 것이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민주당이 뒤늦게라도 공천과정에서 부적격 처리를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제주 전 지사는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어도 개인의 권력의지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서 탈당을 불사하고, 무소속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 한다. 안타깝다. 제주 전 지사는 사건 당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는 커녕 피해자와 여성단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하는 등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제주지역을 발칵 뒤집었던 인물이다. 성희롱 전력 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도에 지사직도 상실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지역을 위해서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혀끝을 차게 되거나 쓴 웃음을 지어야 하는 허탈감을 맛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개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이 있기도 하고 지역사회안에서 고른 인맥이 있어서 부족함을 보완하며 당선만 되면 행정역량을 발휘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어긋나 잘못된 길로 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야 만다.

사회문제를 짚어내고 개선해 가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가는 정책추진 과정은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이 바탕이 되고 그것은 공적인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의 삶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도덕성'은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소급 적용되어야 할 가치이다.

한사람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시민 각자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무관심 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진정성 있게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이 없던 사람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권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의 심정,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를 헤아려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리와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림'을 맡기지 말자.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철새들,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읖조리는 많은 후보자들 면면을 제대로 살펴보자. 평소 지역사회안에서 얼만큼 낮은 자세로 생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던 사람인지, 돈이나 권력을 앞세워 명예를 사려는 사람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감언이설에 속아 신성한 자신의 한 표를 날려버리지 말고 제대로 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 김경희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