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황당하다'며 비난..시청률 22.4%

세경과 지훈의 시간은 2010년 3월19일로 멈췄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가정법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2013년을 살고 있는 인물들은 오늘도 3년 전 그날을 생각하면 세경과 지훈이 부디 다른 선택을 했기를, 그래서 지금도 같이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며, 슬픔은 차곡차곡 쌓이는 일상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서서히 무뎌진다.

또 '빵꾸똥꾸'는 웃음과 함께 지친 일상에 커다란 활력소가 됐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두가 행복한 판타지란 없으며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의 차이는 넘어서기 힘든 현실이다. 식모는 식모고, 의사는 의사다.



mbc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 세경과 지훈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지난 19일 마무리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훈이 이민을 떠나는 세경을 비가 쏟아지는 중에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주다 그만 사고가 나면서 두 사람이 모두 죽는 내용이 그려졌다. 사고 자체도 비극적이었지만, 사고 직전 두 사람이 차 안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가 더욱 가슴 아팠다.

세경은 이민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동생 신애가 가난 때문에 자신처럼 자꾸 쪼그라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신애가 가난해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고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한국에 남아 검정고시를 보며 신분의 사다리를 한칸이라도 오르고 싶었지만, 죽기살기로 올라봐야 그 앞에 또다른 누군가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경은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지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세경은 "그래도 마지막에 이런 순간이 오네요. 마음에 담아 둔 말들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는데 이루어져서 행복해요"라고 말한 뒤 "다왔나요? 아쉽네요. 이렇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라며 지훈과의 마지막 시간을 아쉬워했다.



세경의 고백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숙연히 듣고 있던 지훈은 세경의 마지막 말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도 잊은 채 눈물을 머금은 표정으로 세경을 바라봤다. 이 장면에서 화면은 세경의 말처럼 정지되고, 이후 뉴스에서 사고소식이 전해진 뒤 3년 후로 시간이 뛰었다.

결국 엘리트 의사 지훈에 대한 산골 출신 식모 세경의 사랑은 죽어서야 이뤄진 셈. 제작진은 현실에서는 둘 사이의 엄청난 계급 차를 메울 방법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범람하지만 이 시트콤은 현실은 냉정하다고, 꿈에서 깨어나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네티즌들은 방송 직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한마디로 황당하고 실망스럽다는 것. 시트콤의 특성상 유쾌하고 밝게 끝낼 수 있는데 굳이 비극적인 결말을 택하는 이유가 뭐냐며 '지붕뚫고 하이킥'의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로써 김병욱 pd는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이어 또다시 비극적 결말을 택한 것이 됐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최민용과 서민정이 헤어졌으며, 박민영이 탄 차가 폭발했다. 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는 박정수가 암으로 사망했다.

김 pd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종방연에서 마지막회를 취재진과 함께 본 뒤 "그렇게 시간이 정지된 것이다. 보시는 대로 이해해 달라"며 "뒤늦은 자각을 그리고 싶었다. 더 절절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짧게 언급했다.

20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22.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7일 첫회 시청률은 10.3%이었으며, 전체 126회의 평균시청률은 17.3%로 나타났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 1월28일 24.9%였다./충청일보=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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