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즐기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냈죠."

인사동 입구의 갤러리 상 157 건물 1층에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개인숍 '천성명인'을 지난달 25일 공식 오픈한 조각가 천성명(36)의 말이다. 작가가 상업화랑에 전속되거나 협력해 작품을 파는 미술계의 관행으로 보면 일종의 돌출행동이다.

그는 이른바 '인기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젊은 작가다. 올해 2월 스페인아르코아트페어 출품작이 매진됐고 같은 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의 작품에 대해서는 12월까지 추가주문이 밀려있다. 6월에는 김세중청년조각상까지 수상했다.

지난달 31일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도전이고 모험이라고 했다. 화랑에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작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은 생각에 3년 전부터 구상했던 일이라고 했다.

"친한 분들조차도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해요.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고 색안경을 쓰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돈벌이로만 따지면 이런 일보다는 본래 작업에 매진해 더 많이 만들어내는게 100배는 수익이 더 날겁니다." 그가 개인숍에서 파는 작품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머리 사내와 주변인물들을 여러 배 축소한 미니어처 작품들이다. 대표상품은 에디션 100개인 50만원짜리 작품들. 또 인물들을 배경과 함께 배치하고 글도 적어넣은 평면부조 작품과 사진들도 있다.

한번 틀을 만들어 계속 떠내는 작품이긴 하지만 최종 채색은 직접 해야하기 때문에 하루 12시간을 꼬박 작업해도 3개 이상을 만들기 어렵다. 에디션 100개를 미리만들어놓기보다는 주문을 받으면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는 "화랑에서 '작품을 직접 팔려는 것 아니냐'고 많이 걱정을 하지만 이곳에서는 본격적인 작품이 아니라 내 작품의 맛만 느낄 수 있는 미니어처 작품들을 주로판다. 1천500만원씩 하는 비싼 조각을 살 수는 없지만 내 작품을 좋아하고 알아가는소박한 애호가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품 판권 문제 등 우리 화랑가의 시스템과는 다른 돌파구를 찾고 싶은 작가들이 주변에서 이번 시도를 눈여겨볼 것이라며 "일단 적자를 내지 않고 얼마나 오래유지할 수 있을 지가 문제"라며 웃었다.

그는 내년에는 헤이리의 모 화랑에서 또다른 개인전을 통해 연작 형식으로 이어져온 개인전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화집을 발간한다.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상작업도 구상 중이다.

2005년 천성명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던 갤러리 상 157의 신혜영 큐레이터는 "갤러리 상과 작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일종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라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으려는 시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02-737-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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