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수습 우왕좌왕에 분노

천안함 침몰사고를 보며 떠 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의' k-19'가 그것이다. 1961년 동서 냉전시대 소련이 최초로 핵탄두 잠수함을 건조해 첫 취항에서 원자로 사고가 발생해 이의 수습과 처리를 놓고 드러난 지휘부의 갈등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결론은 부하들의 최소희생으로 많은 부하의 생존을 견인하고 배도 살린 함장의 리더십, 상황판단 능력 등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정직하게 화면으로 옮겼다.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기에 더 더욱 천안함의 경우와 오버랩이 되는 것같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다 되도록 뭐 하나 명쾌하게 드러나는 게 없는 이번 사고를 보며 많은 국민들은 비록 영화지만 두 경우를 비교하며 우리 군의 현실을 곱씹어 보고있다. 말하는 사람마다 다른 침몰과정의 석연치 않음, 원인규명은 고사하고 배의 위치도 제대로 못찾아 7톤자리 민간어선의 제보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초기 대응능력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 비교적 완벽했다고 밝히는군 수뇌부의 태연함, 생존자의 종합된 증언 공개 보다는 외부와의 차단은 짜맞추기 의혹이 생기게 하고 국민정서 보다는 상부의 질타를 두려워 해 우선 책임 면피 소재 찾기에허둥대는 듯한 모습에서 최첨단을 자랑하는 대양해군 ,선진강군의 위용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사고처리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보안을 내세운 군의 폐쇄성과 경직성, 그리고 국민의 군대가 아닌 권력의 눈치를 먼저 보는 기회주의와 나약함에 신뢰의 마음을 접고있다. 군당국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숱한 군관련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처음 부터 유리알 같이 다 공개하고 의혹을 제거한 경우를 찾기 어려운데서 보듯이 이번 역시 초기대응, 상황분석,이차대응,대민위무 등의 늑장, 뒷북 전략오류가실종자들의 기적같은 생환을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함을 짓밟은 꼴이다. 만약 북한과 연관 됐다면 이는 전쟁을 의미하는데 지금같은 작전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떠나지 않는다. 4차례나 가진 대통령 주재 안보장관회의도 그 결말이 무엇인지 공허한 이유다.당연하다시피한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 역시 군 당국의 우왕좌왕에 수장됐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면 공감하겠지만 군복무중 여러 사고로 귀한 생명을 잃는 경우에'×죽음'이라는 자학적인 표현이 공공연했다.인간의 생명처럼 고귀한 가치가 없는데 왜 제복의 세계에서 이런 절대가치가 추락하는지는 바로 이 책임을 면하려는 일탈의 행동들이 횡행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몇 몇 군부대에서의 의문사 경우도 일차적인 접근방법 등에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했더라면 구태야 별도 민간위원회까지 만들어 진상 조사를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군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이 군의 영역에 들어간 것인데 탓을 하기전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대목이다.

일사분란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군에서 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군 존재의 이유도 훼손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것은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대명제까지 위태로워진다.당장 이런 군대에 어떻게 생떼같은 자식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왜 고관대작들이 자녀를 군대에 안보내려고 용을 쓰는지 확인됐다는 냉소와 시기도 넘친다. 매우 위험한 장면들이다.시중의 음모론이니 하는 것이 무리는 있지만 다 학습효과 덕(?)이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군당국이솔직하는 길 밖에 없다.

▲ 이정 본보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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