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있다. 실종자의 최대생존시간도 지났다. 실종된 46명의 생사여부도 알 수 없다. 침몰한 함정은 깊은 바다 속 진흙에 처박혀 다가서기도 쉽지 않다. 실종자 가족의 처절한 심정과 삶을 애타게 갈망하고 있을 우리 병사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무너진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천안함 침몰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 지연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추측성 자기주장이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 사고발생 직후 제기되었던 북한의 연관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는가 했더니 이제는 "관련없다고 단정지울 수 없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 과정에 내부폭발과 암초충돌 가능성, 심지어는 함정노후에 따른 피로파괴라는 시나리오까지 접하게 되니 무너져가는 생명에 대한 아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이젠 답답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 우리들의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두려움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상태에 대한 공포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두려움은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된다.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하여 우리들은 사건의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아직 사건의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론하고 결단의 자세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의 예단적 태도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답답함과 두려움의 배경에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이 사고발생 초기부터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군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다. 사고 초기정황을 알 수 있는 천안함 교신록은 군사비밀을 이유로 계속 공개를 거부하다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일부만 공개하겠다고 한다. 천안함 침몰당시의 상황을 담은 40분 분량의 동영상도 마지못해 1분 20초짜리로 편집해 공개했다. 나아가 해군2함대사령부에 떨어졌다는 함구령과 사병들의 인터넷 차단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정도 상황이 되다보니 국민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구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청와대와 군이 '북한 관련성'에 대해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한 기사까지 접하고선 정부를 믿기가 불안하고 두렵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가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스런 무엇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은 부풀려지고 있다.

의혹이 증폭되고 두려움이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천안암 사고를 풀어가는 해법을 성숙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에 대한 과도한 비밀주의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정부와 군은 진지하게 뒤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를 지켜주던 1200t급 대형 군함이 두 동강나 침몰한 상황에 대하여 국민은 알아야 하고 정부는 알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뭔가를 감추는 듯한 태도는 국민들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다. 물론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개하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공개하는 것은 애초부터 공개 가능한 정보를 감춘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비밀스럽게 닫힌 태도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 삶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듬어주는 것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국민들의 두려움은 진실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때 사라지는 것이다.

▲ 윤석환 충남도립청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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