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택시를 타는 것만큼이나 병원을 자주 갔다고 말할 정도로 수없이 죽음의 문턱을 오갔던 엘리자베스테일러의 아홉 번째 결혼설이 있다. 올해 79세, 10살에 영화배우로 데뷔하여 지금까지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중 하나로 기억되는 엘리자베스테일러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는 그동안 보통의 노인들 이상으로 병마에 시달렸다. 뇌암, 피부암, 골다공증, 허리골절, 폐렴, 충수염, 홍역 등으로 너무도 지치고 약해서 더 이상의 수술은 불가하다고 여겨질 만큼 쇠약해진 그녀였기에 결혼설은 파격적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유쾌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명대사처럼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노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 곁에 친숙했던 그녀답다.

시골 노인정에서 성교육을 했다. 70대 노인도 흔치않은, 고령화가 체감되는 현장이다. 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저 음담패설 정도로만 여기던 노인들에게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이 좋다고 하자 반응이 각각이다. 시골의 경우 집성촌이 많아 동네사람 모두가 친인척인 경우도 있다한다. 그러니 만나는 남자가 시아주버니 아니면 당숙이니 어쩔 거냐며 유쾌하게 웃는다. 여성들의 경우 배우자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의 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배우자에 대해 보복을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젊어서 다른 이를 취했던 배우자에게 성적인 상대가 되어주지 않는 것으로 젊은 날의 한을 해소한단다. 대부분 여성노인의 경우는 폐경기 이후 스스로 성생활에 대한 관심을 접으면서 성욕이 변함없는 남편의 욕구와는 무관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성에 관심을 가지면 망측하다고 생각하고 자녀들의 눈치를 보느라 성 생활을 못하는 부부도 있고 건강상의 문제로 성생활이 곤란한 부부도 있다. 무엇보다 배우자와 사별한 여성의 경우는 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금기시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것 또한 성이다. 그러나 성은 인권이며 자존심이고 삶의 보람이며 목적이다. 그리고 놀이이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서로 염려해주며 길을 건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따뜻한 사랑은 자긍심을 높여주고 노년기 우울증이나 무기력, 또는 의욕저하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제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 성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다. 애든버러 연구팀은 주3회 이상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평균 10년 이상 더 젊게 평가된다고 밝혔다. 절정감에 이르렀을 때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한 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여성들에게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활발해져서 피부 미용에 좋고 에스트로겐은 뼈를 단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성 생활시 분비되는 엔돌핀과 성장호르몬은 진통효과를 가지고,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강화시킨다. 정기적인 성관계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뇌를 자극해서 노화와 치매 건망증을 억제한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는 전립선 관련 질병을 예방한다고 하니 노부부의 성생활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섹 스는 둘이 하지만 결국은 각자가 자신의 성적 흥분을 해소하고 이에서 만족을 얻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 젊었을 때와 똑 같은 정력을 기대 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도 부족함은 없을것이다. 서로 고운 눈빛으로 어루만져주고 아껴주는 마음을 통해 육체적으로 접촉하고 싶은 사랑의 열정을 기대하시길 바란다. 사랑과 성은 결국 자신에 대한 행복권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이젠 살만큼 살았으니 수술할 필요가 없다던 엘리자베스테일러에게 사랑은 치료의 묘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유인순
도림평생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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