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자 확정에 희비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나. 그런데 이 메뚜기는 한철이 아니라 평소에도 보이지 않는 힘을 쓰고있지만 특히 선거때가 되면 그 위세가 막강하다. 시·군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협위원장이 곧 슈퍼메뚜기이다.정당공천 미명아래 수많은 신진 정치지망생은 말할 것고 없고 현역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매번 공천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잡음과 갈등이 솟구치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공천심사위원회라는 모양은 갖추고 있지만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은 당의 공심위에까지 영향력이 미친다.그래서 적어도 기초단체장 이하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팽배한데도 불구, 후보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대부분 당협위원장인 현역 금배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무소불위에 가까운 칼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칼을 잘 다루고 쓸데 쓰면 장인이고 검사(劍士)가 되지만 망나니 손에 쥐어지면 엄한 사람의 피해가 속출한다. 정당공천제 원래 취지가 각 직능 별로 유능한 정치 신인을 발굴해 새로운 선거 문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쪽에도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상기할 때지금 같은 나눠먹기식이나 자기 사람 챙기기의 독단이 넘치는 현실을 들여다 보면서 과연 신선한 정치판이 꾸며질런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이에 기인해6·2지방선거는 역대 선거보다 공천 후유증이 심화될 전망이다. 엊그제 한나라당의 1차 공천 결과를 놓고 현역이 대거 탈락한 도의회나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거세 탈당이나 무소속으로 말 갈아타기가 가시화 될 전망이다. 몇몇 후보들은 지난 총선 때 당협위원장을 적극적으로 돕지않아 미운털이 박혀 당했다고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면, 열심히 의정활동 한 점은 평가가 제대로 안되고 충성 맹세를 한 인물이 공천을 받는 등 상식 이하의 전횡이 이뤄진다면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재차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공천자들에게는 자연히 차기 총선에당협위원장을 위한 온몸 내던지기를 불사해야할 족쇄가 씌워진 셈이다. 한나라당이 바보가 아닌만큼 이런저런 후유증을 충분히 예상했을테지만 어쨌든 자기를 버린 당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선 등의 투명한 과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누가 다음 총선 때 자신을 도울 것인가 하는 옥석가리기와 당에 대한 충성도가 낙점의 기준이 될 것이다.특히 민심이 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공천 신청자가 넘치는 이번에는 더더욱 객관적 공천 기준은 뒤로 밀릴 소지가 높아 보인다. 공천권의 위력은 금배지를 달았던 전력도 별볼일 없다. 어느 단체장 후보는 같이 의정활동을 했던 현역들 앞에서 심사를 받는 풍경을 연출했다. 관직이나 계급은 낮춰가는 게 아니라는 속설이 있는데 역시 예외없는 규칙은 없는 것 같다. 지방의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확실한 연관이나 충성도를 담보하지 않고서는생존이 불투명한 역학 관계로 인해 자기 기반을 포기하고 배지를 찾아 자존심을 접어야 하는 현실을 감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항거는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갈수록 일반의 정서와 멀어져가는 정당공천제를 언제까지 유지하려는지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금배지가 영원한 것도 아닌데 기득권 포기하기가 그런 모양이다. 이번 국회의 지방행정 체제 개편 법안에는 특별시, 광역시의 자치구 대신 준자치구로 변경하는 내용이 있는데기초단체의 의회도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과감히 손을 대야 한다. 대다수에게 지지를 못받는 것을 몇사람 좋자고 언제까지 두고 즐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이정 본보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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