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한파 피해

▲ 송정란건양대교수
올봄은 유난히 추위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4월 중순에 이르도록 초겨울처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진눈깨비까지 뿌려대는 날들이 많아서 따스한 햇살만 비치면 여간 반갑지 않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는 지구가 소(小)빙하기로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상 한파가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5백년마다 찾아오는 소빙하기는 현재 지구 온난화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온난화가 약해진 틈을 타 극지방이나 북반구에서 한파나 짧은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도 폭설과 한파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영하의 기온이 거의 없는 일본 도쿄에서도 지난 주말 41년만에 눈이 내리는 등 기상 이변을 일어나고 있다. 몽골의 경우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한파로 52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이 동사했으며, 전체 인구 25%에 달하는 50만 명의 유목민이 극심한 피해를 입어,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있을 정도이다.

4월이 되도록 이상 저온 현상과 함께 강우량이 유난히 많았던 우리나라는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여 정부에서는 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여 재난 복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조량 부족으로 과일이 열리지 못하거나 기형적으로 자라고, 수확율도 크게 줄어들어 농가의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리, 우박, 태풍만 재해로 인정했으나 일조량 부족까지 농업재해의 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햇빛이 자연재해의 범주에 포함되고 보니 늘 내리쬐던 햇살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양은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어쩌다 태양을 보게 되어도 그 햇살에 대해 감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햇빛이 있기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그 에너지를 받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성장할 수 있다. 또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햇빛을 받아 반사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도 태양빛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태양의 자외선은 사람의 칼슘대사에 필요한 비타민 d을 만들어주고 통증을 멎게 해주고 살균 작용도 한다. 집을 짓거나 사무실을 고를 때 남향을 선호하는 것도 겨울에는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길고, 방안 깊숙이 들어와 밝고 따뜻한 데다 곰팡이같이 해로운 것들을 살균시켜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울증으로 자살한 유명 탤런트의 남동생도 역시 우울증으로 자살하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 우울증 역시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햇볕을 쬐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어 우울증을 해소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일조량이 농산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만, 사람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구가 소빙하기로 접어들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한파가 들이닥칠지 알 수 없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가 우려하고 있던 지구 온난화가 오히려 그것을 지연시키고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어쨌든 빨리 봄이 제자리를 찾고,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그 햇살을 마음껏 쬐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지고, 과일과 채소도 풍성하게 수확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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