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핀 무심천의 벚꽃이 아름답다 못해 가히 환상적이다. 예년 같으면 온통 벚꽃 축제로 들떠 있으련만 몰려든 시민들의 표정은 절제된 모습이다. 이따금 머리 위에 떨어지는 벚꽃이 활짝 웃는 희생 장병들의 모습인 듯하여 가슴이 아리다.

젊음이 잠든 바다를 생각하면 온 몸이 얼어붙는다. 꽃피는 봄이건만 천지는 회색빛 슬픔에 잠겨 춘화는 눈물 머금고 필 듯 말듯하다. 파르르 치를 떤다.

가신님은 사랑스런 내 아들이었고자랑스러운 오빠였으며 용감하고 씩씩한 형제들이었다. 사랑하는 님 들은 영웅답게 칠흑같이 차디찬 인당수에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몸을 던졌다. 님은 삼천만 가슴에 안기어 애통함과 원통함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

지금 우리는 깊은 슬픔과 충격 속에 휩싸여 있다. 모두가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 승조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온 국민들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는 특별 연설에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한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살아 있을 때 불러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보신다. 이창기 원사를 시작으로 장철희 이병에 까지 희생 승조원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부름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며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히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승조원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감정이 격한 듯 목이 메는 음성으로 '편안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는 대목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대통령은 장병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함께 승조원들의 숭고한 희생을 다시 한 번 기리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명확한 침몰 원인 규명과 단호한 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 사태'로 규정한 이번 사태의 원인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국가 안보태세를 재점검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천안함은 우리에게 새로운 안보의 틀과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9·11은 미국의 안보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국토안보부가 탄생하고, 16개 정보기관을 통괄하는 국가정보국도 생겼다. 47년 국가안보회의 (nsc )·국방부·중앙정보국(cia) 창설 이래의 변화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과 각오를 다지게 한다.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 일수록 하나로 뭉치는 힘이 대단하다.

대통령 영부인 피살사건, kal기가 폭파되고,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기 위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1. 21사태,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때 일어난 아웅산 테러, imf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 위대한 국민이다.

이제는 처해있는 여건에서 국민 모두가 분연히 일어나 최선을 다하며 안보의식을 새로이 구축해야 하겠다. 또한 미국식의 강력한 nsc 시스템 구축은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지상군, 공군 중심인 주한 미군 전력의 변화를 미측과 협의하여 요청해 봄직도 하다.

대통령의 눈물은 우리 국민 모두의 눈물이다. 꽃잎처럼 떨어져간 '천안함 순국 용사들이여! 조국은 그대들을 영원히 가슴 속에 묻고 기억하리라.'

▲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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