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유권자의 표심은 모른 채, 예비후보자들의 속내만 바짝 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안함'이란 태풍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언제쯤 '프리미엄 계급장'을 떼어야 할 지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셈법을 굴려보아도 쉽게 계산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말 많고 탈 많던 세종시 문제마저 수면 아래로 묻혀버린 게 아닌가 싶다.

세종시 하면 떠오르는 숱한 단어와 인물들, 그 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가 있다. 다름 아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답은 간결하다. 타이머신을 타고 4년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 당시 대전은 정치권에서 사활을 걸 정도로 여야간 '빅매치' 장소로 꼽혔다.

당시 테러를 당한 박 전 대표의 '대전은요?' 라는 한마디에 선거판도가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4년이 지난 2010년 5월, 또 한 번 그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양상이 이번에는 크게 다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종시라는 커다란 난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 싸움'이라는 비난을 감수해 가며 세종시 원안사수에 집착한 박 전 대표가 다시 대전을 찾을 명분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그의 위치가 선거를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선대본부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 의원 자격으로 특정 지역을 찾아 특정 후보의 손을 들어 주기에도 상황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행여, 대전을 위시한 충청권을 다시 찾는다 해도 어떻게든 '세종시'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고, 그럴 경우 집권당내 최대 주주인 '친이계'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재연될 수 있에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정황 속에서 지난 24일 박 전 대표의 대전행은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박씨 청년대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박성효 대전시장을 비롯, 일부 구청장 등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기대감을 한층 부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박 시장 바로 옆자리에 마려된 박 전 대표의 '빈 자리'로 남았다.

박 전 대표와 박 시장과의 관계는 4년 전 시장선거에서 당락을 뒤엎을 정도로 '끈끈함'을 유지해 왔다. 오죽했으면 중앙당에서 결정한 경선 방침을 단독 공천으로 뒤집는데는 '박심이 주효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정치적 관계를 넘어 사적인 친분은 누구나 쌓을 수 있다. 그것은 공인이 아닌 개인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부터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유권자들이 특정 인사로 인해 표심이 흔들렸는가에 있다.

물론, 각종 선거는 정책과 공약, 그리고 인물의 3박자가 어우려져 진정한 일꾼을 뽑는 것이라는 대명제는 변함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보다 인물이 선택기준에 있어 앞설 수 있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대의와 명분 앞에는 어떤 인물이라도 예외는 없다는 기준이다.

바로 이 같은 기준이 선 후보라면, 바깥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기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야를 막론하고 '잘해 보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공통적인 주문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전과 역량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매번 선거철마다 휘둘렸던 '색깔론'과 상호비방보다는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줄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박 전 대표가 대전 방문길에 오른다면, 이번에는 '대전은요?'가 아니라 '세종시는요?'라는 말을 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충청권 민심의 바로미터다.

▲ 장중식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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