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해 우리 국민들이 납치돼 큰 고통을 겪고 있으나 협상이 더디기만 하다. 그동안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우리 정부가 탈레반 측과 직접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테러조직과의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교상의 원칙이나, 21명의 젊은 생명이 달린 문제라 정부도 원칙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만나는 시기와 장소를 놓고 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텔레반 측은 유엔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등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높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이다. 그런데 이중 2명의 여성은 병세가 위중하다고 한다. 혼자서는 걷지도 못할 정도라니 시간이 지나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의약품도 지급되지 않고 의사 접근도 텔레반 측이 거부하고 있다. 협상이 더 길어지면 두 여성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직접 대면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 정부도 한국인 인질 석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미국 정부가 원칙만을 내세워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적극성이 부족하다. 우리 정부는 탈레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이슬람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도 펼쳐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들이 유엔의 안전보장을 요구한 것은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무고한 자원봉사자들을 인질로 잡고 포로 석방 등 들어 주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있는 텔레반은 마땅히 응징돼야 한다. 아무리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한 행동이라해도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국민들의 목숨이 더욱 중요하다. 군사작전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다방면으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니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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