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상팔자다

가난이 상팔자다
재물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데, 가난한 사람은 그런 일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가난이 상팔자라는 말.
『숨길 게 별로 없어, 이럴 땐 가난이 상팔자라고 마음을 턱 놓고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새삼스럽게 정지간에 뛰어들어 천장에 매달린 종자 망태를 내려다 마당귀에 있는 짚가리 속에다 쑤셔넣는 것이었다.』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

나다니는 머저리, 앉아있는 영웅보다 낫다
시원찮은 사람이라도 밖으로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겪고 배우면, 틀어박혀 잘난 체 하는 사람보다 나아진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다 보아도 남의 제사 흉은 안 본다
제사는 가가례(家家禮), 즉 집집마다 예법이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흉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제사가 우습다니." 황서방댁이 의아하여 개키던 옷을 손에 든 채로 남편을 올려다 보았다. 황서방은 아내의 앞에 앉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다 보아도 남의 제사 흉은 안 본다는데."』 (최명희의 혼불)

마고 할미 가려운 데 긁어주듯
마고 할미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신선 할미. 마고가 새 발톱 모양을 생긴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면 아주 상쾌했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남의 사정을 잘 알고 도와준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바느질장이, 목수 잘 사는 것 못 본다
바느질 하는 사람은 늘 썰어내고, 목수는 늘 깎아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 『대장간에 식칼이 없다는 말이 있고 밤낮 자르고 끊고 하기 때문에 바느질장이 목수 잘 사는 것 못본다는 말이 있듯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이다.』
(박경리의 토지)

사대부 집 자식 잘못 두면 송충이 된다
권세가 집이 망하여 자식이 타락하게 되면 남녀 종을 팔아먹으니 범같이 여겨지고, 책도 팔아먹으니 좀벌레같이 생각되며, 선산의 소나무까지 팔아먹으니 송충이보다 나을 게 없다는 뜻으로 빗대어 이르는 말들.


정종진 ㆍ 청주대교수 국문학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