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이성교제를 하면서 여성이라는 존재를 접하고 관계를 하게 되는 것과 결혼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여성과 관계하게 되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삶의 테두리는 피할 곳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사고와 행동의 방식이 아주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다.

많은 부부가 결혼 생활을 지내며 가치관과 견해, 관점을 나누는 대화가 단절되어 간다. 배우자가 자신이 어떤 말을 하면 무조건 무시부터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보는 일은 매우 흔하다. 그런 상태에 있는 남녀를 잘 보면 공통점이 있다. 여자는 남자의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하지 않고, 너무 단정적으로 자신의 의견이 확실한 것처럼 말하고 그것을 듣는 남자는 인내심이 없다. 인내심이 없는 남자는 그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지 않고 일단 '아니다'라는 감정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여자의 말을 일축해버린다. 여자는 기분이 상하고 말하기를 멈추거나 남자의 자신에 대한 태도를 비난하게 된다.

단순히 교제하는 사이라면 '다음번에는 더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지'하고 생각하고 말지만, 결혼은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해보지만 현실에서 배우자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물론 아주 드물게, 여자로서의 공통된 특성이 잘 분화된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기에 일반적으로 그런 여자를 만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몇 번의 결혼을 거치면서 인생을 거의 다 살 때 쯤 되면 예외 없이 별다른 여자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여자들과 세상과 삶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여자들과 논쟁하지 말라'는 말은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융 박사가 한 말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여자들이 어떤 의견이나 주장을 말할 때는 여자들은 고집불통이므로 다른 의견을 말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즉 '여자들의 주장은 너무 강하니 반론을 제기해봤자 절대 설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일상적인 대화만 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여자를 대하게 되면 배우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다른 내 관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관점을 듣고 참고를 하기만 하고 내 관점을 전달하지 않는 것은 대화가 아니지 않은가?

융 박사의 말은 여자들과 논쟁하는 대결적 상황을 조성하지 말라는 말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의 생각에 더욱 매달린다. 왜냐하면 여자는 남자에 비해 자신의 것을 지키는 본능기능-어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자신의 소지품을 잘 관리하며, 나이든 여자들이 핸드백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정면으로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면 여자는 일단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반응으로 똘똘 뭉친다. 이렇게 단단해진 여자는 아무것으로도 이길 수 없다. 남자의 욱하는 기분은 여자의 단단한 의견을 뚫기에는 너무 뭉툭하다.

여자가 어떤 주장을 펼치면 일단 들어라. 한 참을 들은 후에, 여자가 자신의 말을 어느 정도 한 시점에서 여자를 자극하지 않도록 넌지시 짧게 남자의 의견을 말해 본다. 그러다가 남자의 말에 관심을 보이면 그때서야 길게 말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아내의 의견을 묵살하는 남자는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 수 없다. 여자의 의견 속에는 남자가 미처 보지 못했거나 실제보다 가볍게 생각해버린 중요한 사안에 대한 소중한 견해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한병진 (마음편한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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