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장애인이라 하면 대부분 "외부적인 신체 구조에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장에 문제가 생겨 인공항문을 만들어 겨우 배변기능을 유지하는 경우를 비롯해 주기적으로 신장투석을 받는 사람, 간 이식을 받은 사람 등의 내부기관 기능장애인들도 엄연히 법적 장애인으로 등록되는 자격(?)을 갖고 있지만 거의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장애 범주를 신체와 정신적 장애로 나누고, 신체는 다시 외부기능과 내부기관장애로 분류, 총 15종류 유형으로 나눠진다. 그런데 이중 신장·심장·호흡기·간장·장루/요루·간질 등 6종류의 내부장애는 완치가 어렵고 기능과 활동제약 등으로 대상 장애인들이 적잖은 고충을 겪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 등은 외부장애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높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내부기관장애인들의 장애 중증도는 타 범주 장애인들보다 매우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전체 등록장애인들 중에서 1.2급 중증 장애인 비율은 29%지만 내부기관장애인들 중 중증의 비율은 53%대(2006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중 주기적으로 투석이 필요한 신장장애인의 경우는 중증 비율이 83%로 장애유형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장애의 중증도가 높다는 것은 대상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같은 경향은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들 중에는 부득이 다니던 직장을 포기 하거나 낮은 임금의 타 직종으로 이직할 수 뿐이 없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외부 신체기능 장애인의 경우는 질병이나 병리적 현상이 일정기간 내에 중단되기도 하지만 내부장애는 대부분 장애 기간 등이 지속되기 때문에 장기 의료비 부담과 함께 경제난의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최근 한 연구기관의 발표안에 따르면 '내부기관장애인들은 질환의 중증도로 인해 의료기관 이용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출하는 연간 평균치의 본인부담금은 비장애인에 비해 4배가, 연간 외래 평균 본인부담금은 약 1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많은 내부기관장애인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거나 줄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


소득 감소와 의료비 지출액의 증가는 결국 대상 장애인들 가정을 빈곤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가정파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보장인구 가운데 의료급여 수급권자 비율은 3%가 조금 넘는데 반해 내부기관장애인들 중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7배 가까운 20%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전반적 빈곤상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한 50대의 내부기관장애인은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치료기간도 문제지만 적잖은 액수의 의료비 부담 해결책으로 얼마전 집사람과 어쩔수 없이 위장이혼을 하고 의료급여 수급자 자격을 얻었다"며 울먹였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인 정책대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답답하다. 국민의 소득보장과 함께 의료보장은 대표적인 사회보장정책 이다. 이는 일선 지자체에 맡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 싶다. 정부와 각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련예산 재정지출안 마련이 필수로 보여진다. 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야 한다.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당면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구체적인 정책대안 마련과 실행을 진심으로 촉구 한다.

▲ 김영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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