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짜다면 짜다"

충북 청주시 개신동에 있는 한 생선국수 집에 가면 눈에 확 띄는 글귀가 붙어있다. 그 곳을 찾은 손님이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 모두의 눈에 잘 띄게 걸려있는 액자 속의 글인데 "손님이 짜다면 짜다"라고 쓰여져 있다. 참 기막힌 글이다. 서비스린 게 뭔지 그 진수를 보여준다.

우선 음식점이라면 손님을 받는 대표적 서비스업종인데 이들 업소의 생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느냐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남다른 서비스, 입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서비스가 생명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다.

아무리 주방장 입맛에 쏙 맞는 음식을 내놔도 손님 입에 맞지 않으면 헛일이다.주방장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맛이더라도 손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음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손님이 짜다면 짜다"라는 말은 과연 서비스란 뭔가를 절묘하게 압축해 표현했다. 이런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을 맞아서 그런지 그 음식점은 청주에서 잘 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손님이 짜다면 짜다"

청주 시내 한복판에도 이와 비슷한 문구가 있었다. 북문로 2가에 있는 한 중국음식점이었는데"어제도 오시더니 오늘도 오셨군요. 내일도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는 글귀였다. 자신들이 지극정성으로 모실테니 잊지말고 계속 찾아달라는 애교 섞인 주문이다. 이 정도면 간단하게 자장면 하나 먹으려해도 웬만하면 찾게 돼있다. 이렇게 서비스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

요즘은 지방자치도 서비스다. 얼마나 내 집앞 골목을 다니기 좋고 도로는 잘 닦였는지, 시내버스는 수시로 잘 다니는지,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원하는 게 뭔지 잘 헤아려야한다. 지역민들은 거창한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마음 편하게 지내면 그만이다.

음식점의 주방장이 손님의 입맛에 맞춰야 하듯 당연히 출마하는 사람들도 유권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않고 유권자들과 동떨어진 채 출마자 본인들의 욕구분출만 해서는 참다운 지방자치 서비스로 볼 수 없다.

고객 입맛 맞추는 '후보 주방장'

오는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지방자치 요리경연 대회'가 열린다. '주방장(출마자)'들은 이미 '음식점(정당 또는 무소속)'간판을 내걸고 '요리솜씨(경력, 공약)'경연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8784명, 충청권에서만 1297명(비례대표 제외)의 '주방장'이 저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제 '손님(유권자)'들은 '식성(성향, 가치관)'에 따라 ' 골라 먹기(투표)'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써서는 안 될 식재료를 썼거나 위생상태가 좋지않은 주방에서 만든 음식은 피해야 하듯 우선 당선이나 되고보자는 식으로 선거에 나선 출마자는 퇴출시켜야 한다. 신념과 신조도 없이 표만 의식해 이리저리 휩쓸리는 후보자 역시 멀리 해야 할 대상이다. 우선 내걸고 보자는 식으로 과대 공약을 내세우거나, 공천에 목 매 당을 기웃거린 출마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최고급 호텔 음식은 아니더라도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주방장'을 선택하자. 그렇지않으면 비싼 돈 내고 4년 내내 배앓이를 할 수 있다.

▲ 박광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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