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하늘이 더 푸르고 넓어 보이는 것은 현수막이 하늘을 가리던 선거공해가 없어진 때문일까? 그동안 확성기와 led 홍보판을 설치한 선거운동 차량은 거의 무법자 수준이었다. 밤낮없이 골목길까지 비집고 들어와 틀어대고, 산책이나 운동하는 시민이 대부분인 무심천변까지 누비며 귀를 성가시게 했다. 초조한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지만, 선거벽보와 미디어를 통해서만은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이제 244 명의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출되었다. 이번 선거는 향후 4년 동안 우리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여덟 자리 공직자를 선출한 것이다. 이제 쓰레기 수거문제, 상하수도, 버스노선과 교통, 환경오염, 교육문제 등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다운 사람, '친숙한 일꾼'을 우리의 손으로 결정한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자치단체장의 권한과 기능이 더 커지고 막중해지고 있는 만큼 몇 가지 당부하고 싶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은 능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물은 일정한 모양이 없다. 둥근 사발에 담으면 둥글게 변하고, 네모난 접시에 담으면 네모가 된다. 물은 변화를 밥 먹듯 하지만 그 원형적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공직은 결코 한 사람의 전유물이나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재관여빈在官如賓처럼 언젠가는 떠날 손님과 같다. 그러니 주인의식과 역사의식을 동시에 갖고 정책이 지역과 주민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것인지를 가늠하고 판단한 후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접적으로 직원들의 속내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최고 경영자와 직원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는 호프데이를 정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사기진작 프로그램 기획에 직원을 직접 참여시켜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참여형 경영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조직의 훌륭한 ceo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훈련과 연마, 절제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리더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조하는 '훈련마인드'와 '창조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야 시·군을 전국 최고, 전국 유일의 으뜸 자치단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들의 의식과 태도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처럼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물의 진리처럼 본질을 잃어서도, 유권자를 하늘같이 여기던 일꾼의 자세를 임기만료까지 견지하여주길 당부한다. 국가의 경쟁력은 지방자치단체 경쟁력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이 선출된 단체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더욱 절실하고 긴박한 것은 유권자의 기대와 바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에 초심을 잃지 말고 유권자에게 공약한 바를 매일같이 상기해 주길 기대한다. 이는 국가나 지역주민, 아니 당선자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염두에 둘 일이겠다. 부디 후회 없는 공복公僕이 되어주길 당부한다.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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