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요일은 우리 국민 모두가 직장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의 경기를 열광적으로 응원하여 2:0으로 완승하는 기쁨을 누렸으니 말이다.

온 국민을 침통함에 빠뜨렸던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6ㆍ2 지방선거로 인한 정당 간, 지역 간의 대립도 잠시 잊고 모처럼 축구 덕분에 한마음 한뜻으로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월드컵은 올림픽, f1 그랑프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축제에 들어간다. 올림픽과는 달리 축구라는 단일 종목으로만 개최되지만, 월드컵은 그 위력에 있어서 올림픽에 못지않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하면서 이미 월드컵의 마력을 경험한 바 있다. 온 국민의 모든 스트레스(?)를 단 한번에 날려보낼 정도의 엄청난 기쁨을 만끽했으며, 그 어떤 정치적ㆍ사회적 노력으로도 이룰 수 없었던 대국민 화합을 저절로 이끌어냈다. 전 세계가 감탄한 질서 정연한 거리응원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이제는 하나의 문화코드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월드컵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잘 보여준 영화가 키엔츠 노부 감독의 <컵(the cup)>이다.
라마 승려이면서 영화감독인 키엔츠 노부는 히말라야의 티베트 수도원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한 젊은 승려들의 고군분투를 코믹하면서도 휴머니즘적으로 그려내었다.

월드컵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노(老)스님은 두 나라가 공을 두고 싸운다는 것에 의아해 한다.

전쟁에 승리해서 얻는 것이 단지 컵이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마시던 차의 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젊은 승려들은 프랑스와 브라질의 결승전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십시일반 돈을 거둬 험준한 히말라야 산을 내려가 낡은 tv와 안테나를 구해 수도원으로 들고 온다.

반 자서전적 이야기라는 이 영화를 보면 히말라야 깊은 산중, 경건하고도 신성한 수도원에까지 침투한 월드컵의 열광적인 인기를 짐작케 한다.

이러한 월드컵 열풍은 올림픽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이나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상업성 때문에 또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올해 sbs가 독점 중계권을 따 내기 위해 fifa에 지불한 비용이 760억원에 달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방송 3사가 지급한 중계권료는 265억원이었는데, 무려 3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 특수를 노린 기업들의 방송 광고료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중계권료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 기업과 국민들의 부담만 높아지고, 그 이득은 엉뚱한 곳에서 챙기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과열 현상으로 인한 유형, 무형의 손실이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월드컵이 안겨주는 이득 역시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상대를 꺾고 승리했을 때 전 국민에게 안겨주는 무한한 감동과 기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 정신의 덕목은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승리의 패를 거머쥐어 우리 모두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다시한번 빠져들 것을 기대한다.

▲ 송정란건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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