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또 아쉬웠다. 지난 주말 우루과이를 상대로 벌인 우리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후, 쏟아지는 빗속에서 감독도 울고 선수도 울었다.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하던 붉은악마 응원단도, 굵은 빗방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응원에 나섰던 이들도, 자정 넘어 tv 앞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뛰고 소리지르고 손뼉치며 응원하던 우리 가족도 울었다. 그리고 쉽게 잠들지 못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눈물 흘리게 하고 잠 못 들게 하는 걸까.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쳐 8강의 꿈을 접은 것이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정말 잘 했다. 우루과이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런데 운이 없었다. 골대 맞고 나오고, 심판은 상대방의 반칙을 번번이 무시하고… 정말 마지막 몇 분 동안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 모습에서 시간의 부족함 때문에 우리 모두 아쉬워했다. 그렇게 2010 한국의 월드컵 도전은 끝났다. 반신반의하며 목표했던 최초의 해외 원정 16강 진출 달성. 그 후 좋은 대진 운으로 다시 4강까지 갈 것을 기대하며 온 국민이 우리 팀의 경기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승리를 기원했었다.

조별 예선경기가 있는 날 오후는 마치 명절 전날의 분위기였다. 사무실 직원들은 일찌감치 퇴근했고, 거리는 한산했다. 새벽 3시 반에 시합이 있던 나이지리아와의 3차 예선날도 전날 오후 5시부터 서울광장에 응원단이 운집했다. 그 새벽에도 전국에서 50만이 넘는 거리응원단이 몰렸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는 빗속에서도 180만 명이 모여 거리응원을 했다. 방방곡곡 어느 한 집도 tv 앞에서 응원하지 않은 집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대표팀이 남아공에서 22일 동안 보여준 모습은 밤잠을 설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한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월드컵 16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세우면서 아시아 축구맹주 한국을 강하게 세계에 알렸다. '태극전사(taegeuk warrior)'라는 용어를 외국 언론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우리 선수들 또한 아시아 변방이 아닌 세계 속의 축구로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가 끝난 뒤 주체할 수 없던 눈물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길 수 있었는데 못 이겨서? 우리 팀이 더 이상 경기를 못하게 돼서? 기대거리가 없어져서? 화젯거리가 없어져서? 국민의 힘을 모으는 일이 없어져서? 기대이하의 정치에 실망한 이 나라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하나 되어 나라를 걱정하는 촉매제로서 월드컵 축구팀은 정말 큰일을 했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고생이 많았다. 잘 싸웠다. 때로 못 이겨서 감독이나 실수한 선수에게 퍼부었던 비난과 비판도 있었지만, 잘 견디고 잘 싸웠다. 국민들은 편안히 앉아서 기대와 흥분, 그리고 안타까움으로 응원하지만, 선수들은 어떠했을까. 자신이 월드컵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겠으나, 꼭 이겨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으로 정신과 육체가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다. 감독은 어떤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비록 여기서 멈추게 되었지만 장하다. 수고했다. 자랑스러웠다. 고맙다.

안타깝게도 8강을 눈앞에 두고 그 꿈을 접게 됐지만, 그러나 이 멋진 시작이 결코 끝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스피드, 기술, 팀전략, 정신력 등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재현하고, 결국 우승까지 이루어내는 미래를 꿈꾼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더 강해질 것을 믿는다. 이제 모두 들뜬 마음을 추슬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선수들이 보인 투혼과 불굴의 의지는 국민들에게 역경에 맞서 아름다운 도전에 나서게 할 용기를 줄 것이다. 함성과 환희로 온 나라를 들뜨게 했던 23명의 태극전사 월드컵 축구팀. 지난 6월은 그대들로 인해 행복했다. 고맙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과 감사함의 눈물을 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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