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의 창>이은권 대전 중구청장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얼굴'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나라를 빼앗긴 일제시대 암울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마음가짐과 얼굴로 제시한 이상적인 모습이다.

구청장이라는 공직을 맡은 필자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웃는 연습을 해본다.

살다보면 피곤할 때가 있고, 하다못해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온 날에는 더욱 기분을 즐겁게 가지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amp;amp;amp;amp;quot;중구청장이 인상을 찌푸리면 그날은 중구가 인상을 찌푸릴 수 있다&amp;amp;amp;amp;quot;는 생각에서다.

공직자는 한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세력이다. 각 기관에서 민원인들이 만나는 공직자는 그 기관을 대표한다.

따라서 공직자의 얼굴은 바로 그 기관의 얼굴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한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면서 공항 입국심사대에서부터 잔뜩 찌푸린 한국 공직자들을 접한 후, 공항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다가 무표정하고 인상이 험악한 기사를 보고 차에 선뜻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관청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특별히 의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한, 우리는 주변에서 숱하게 인상파 얼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청장으로서 한 조직을 화합하며 더불어 가기위해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amp;amp;amp;amp;quot;이왕에 일을 하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 실천해야 좋은 효과를 낸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도와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극적인 대처보다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민원인의 민원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주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직자가 되어 달라. 평상시 주민과 동료들과 기관 단체들과 유대를 강화하라. 실과별, 동별, 직원들 간에 단합이 중요하다.

불화하고 배척하는 그런 부분이 없어야 한다. 서로 양보하는 미덕으로 직원 간에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조직이 활성화되도록 해달라. 특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달라.&amp;amp;amp;amp;quot;고 종종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무엇보다도 &amp;amp;amp;amp;quot;중구청 직원들이 변했다&amp;amp;amp;amp;quot;고 구민들이 얘기해야 구행정의 책임자로서 힘이 난다.

간혹 들이받고 호통을 치는 민원인이 있더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참을 것을 강조한다. 특히 민원실은 '친절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해야 된다고 역설한다.

옛날에는 공무원이나 공직자를 '나으리'라고 했다. 나라 일을 하는 것은 큰 영광과 벼슬로 알았기에 나랏일을 하는 사람을 나으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을 영어로는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라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민의 종'이라는 뜻이다. 백성 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나으리라는 단어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뜻밖에 인상적으로 들린다.

백성들에게 위세를 부리다가, 나으리나 철밥통 소리를 듣는 벼슬아치로만 생각하던 공직자의 위상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을 오히려 지극정성으로 섬기고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시민의 종'으로서의 자세가 21세기의 공직자의 얼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원인을 맞이할 때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로 부모형제를 대하듯이 한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 중구에서는 형식적인 일보다 주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찾아가는 행정을 펼치려고 노력 중이다. '모르고 어렵고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혜택을 보지 못했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공공요금 감면혜택 추진이나, 치매?중증 노인 집안에 자원종사자를 파견하여 잠시나나 돕는 '웰컴도우미'제도 등이 그것이다.

경직된 공직자의 얼굴을 버리고, 시민의 종이라는 마음자세로 친절한 인상을 지니려면 나날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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