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선거인 6.2선거가 끝났다. 이제 낙선된 사람들은 떠나고 당선된 사람들의 취임식도 마쳤다. 선거라는 대첩을 겪은 터라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의 위치와 마음이 천양지차일 것이다.

나는 이임식장에서 떠나는 도지사님께 직원들의 마음을 모아 드리는 헌시를 낭송하면서 공직에 헌신해 온 지난 4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별리의 아쉬움을 전하였다.

이런 때일수록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모습과 들어오는 자의 아량과 겸양이 필요하지 싶다. 떠나는 자는 성실한 인수, 인계를 통해 자기가 몸담아 일했던 조직과 도민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이 책임을 떠맡은 이는 승자다운 아량으로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행정 수행에 자문과 협조를 요청함이 옳을 것이다.

프랑스 격언에 "왕은 가도 행정은 남는다."고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자치단체의 장은 바뀌어도 자치단체는 연속한다. 떠나는 자의 깨끗한 마무리, 새로 시작하는 자의 겸양과 예우, 비록 작은 일이지만 우리의 건전한 지방 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되리라 여긴다.

지난 휴일에는 7월의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려고 강낭콩 등 여러 잡곡과 막 노지에서 캐온 햇감자, 풋고추 등에 구미가 당겨 육거리 재래시장에 들렀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숨이 턱에 차올라왔다. 그런데 재래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대조적 풍경이었다.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재래시장은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과 정취를 간직한 공간이다. 삶이 막막하거나 막연할 때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생생하게 펼쳐지는 재래시장에 가보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에어콘으로 더위를 식혀주는 대형마트는 에누리도 덤도 떨이도 없다. 그래 인간적인 정감이 가지 않는다. 원 플러스 원이 있긴 하지만, 오고가는 소통방식의 에누리를 따라 잡지 못한다. 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눈을 크게 뜨고 재래시장에서 사람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생각하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일이다. 재래시장은 우리가 보듬고 품어야 할 우리의 전통시장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재래시장이 대형매장에 밀려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면, 서민들의 삶다운 삶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새로운 도지사님은 첫날부터 도청 간부들과 육거리 시장에서 만찬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새로운 도지사님는 농촌의 농업환경을 가장 잘 헤아리고 농업발전과 재래시장의 문제점을 찾아내어, 농촌과 재래시장 활성화에 무엇보다 중점을 두리라 믿는다. 차제에 지자체와의 협력사업을 이끌어 내 농업발전을 위해 애써주시길 당부 드린다.

우리의 풍성한 식탁은 농업인의 희생 위에 마련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재래시장에서 체감되는 온도가 곧장 지역경제의 현주소인것은 지역경제의 뿌리가 바로 재래시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에 가서 에누리의 맛을 음미해 보면 어떨까 싶다. 떠나는 이는 아름답게, 오는 이는 축복 속에서 시작하였으면 한다.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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