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랍법 외 석제거푸집을 이용 제작

▲ 청동잔무늬거울.
<153> 청동잔무늬거울의 복원 제작기술 개발

청동거울은 거친무늬거울(粗文鏡)과 잔무늬거울(細文鏡)로 가름되는데, 잔무늬거울은 우리나라의 청동기문화에서 세형동검과 함께 가장 특징 있는 청동기유물이다.

청동잔무늬거울 가운데 당대 최고의 합금·주조기술과 최고 경지의 수공예 세공기술·조형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 논산출토 잔무늬거울(국보 141호)과 화순 대곡리출토 잔무늬거울(국보 143호)을 들 수 있다.이러한 청동잔무늬거울의 주조법으로는 크게 2가지로 주장되고 있는데, 실랍법(밀납주조법)과 석제거푸집 주조법을 들 수 있다. 필자와 임인호보유자가 함께 2007년에 시도한 국보 141호·143호의 청동잔무늬거울의 복원 제작기술에는 실랍법을 사용했다. 다만 현재까지 주장되고 있는 실랍법의 방법과는 다르게 활석거푸집을 함께 사용해 청동잔무늬거울 복원 및 그 제작과정을 재현했다. 국보 141호·143호의 청동잔무늬거울의 복원에 사용된 제작기술은 실납법이다. 실납법은 밀랍으로 물건의 모형을 만들고 그 위를 고운 진흙으로 씌운 후 열을 가하여 밀랍을 녹여내 진흙 거푸집을 만든 다음 청동 쇳물을 부어 주조하는 방법이다. 최근에 국보 141호 잔무늬거울을 석제거푸집주조법으로 복원한 바 있지만, 이러한 잔무늬거울의 주조법으로 실랍법(失蠟法)을 써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특히 밀랍은 섬세한 문양을 잘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청동기시대의 잔무늬거울, 의기류와 삼국시대의 섬세하고도 화려한 금동백제대향로,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후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범종과 같이 섬세한 조각을 주조하는 데에도 바로 이러한 방식이 이용됐을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국보 141호·143호의 청동 잔무늬거울의 복원 제작방법은 ①어미거울 거푸집(석제거푸집) 만들기→ ② 어미거울 만들기→ ③ 진흙거푸집 만들기→ ④밀납녹이기와 거푸집 굽기 ⑤그을음 입히기 ⑥합금 및 녹이기→ ⑦ 청동 쇳물 붓기 과정으로 진행했다. 청동 잔무늬거울의 복원제작기술에는 현재까지 주장되고 있는 실랍법의 방법과는 다르게 석제거푸집을 함께 사용했다. 실랍법은 밀랍으로 어미거울을 만들어야 하는데, 밀랍에 직접 문양을 새기는 방법이 아니라 석제(활석, 니암)거푸집에 문양을 새긴 후, 녹인 밀랍을 부어 떠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석제거푸집은 밀랍어미거울을 만드는 거푸집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유는, 먼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전 맹산과 영암출토(국보231호) 거울거푸집 모두 합범(合范)이 아닌 단범(單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석제거푸집이 쇳물을 부어내는 용도가 아님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는 청동거울의 무늬가 모두 양각으로 도드라진 점이다. 이것은 밀랍에 문양을 직접 새길 때 양각으로 새겨야하는 공정상의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석제거푸집에 밀랍을 부어내는 방법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윤용현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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