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sf블록버스터 '디 워(d-war)'가 예상을 깨고 국내에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다음달 중순 개봉 예정인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 성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만들고 있다.

'디 워'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른 국내에서와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내에서도 처음에는 비관적 전망이 많았던 만큼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14일 '디 워' 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와 미국의 영화전문 자료사이트 imdb에 따르면 '디 워'는 다음달 14일 미국 주요 도시의 1천5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와 영구아트는 당초 "미국 개봉이 8월 말로 현지에서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이고 9월 초 미국의 노동절 연휴와도 이어져 있어 영화 흥행에 적합한 시기"라고 밝혔으나 2주 가량 늦춰지면서 이 같은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 상태다.

'디 워'의 미국 내 배급도 심 감독이 목표로 했던 메이저 배급사가 아닌, 중견 배급사 프리스타일이 맡는다.

쇼박스는 프리스타일이 미국 유수의 배급사이며 한국에서도 흥행한 영화 '일루셔니스트'를 미국 내 1천432개 스크린에서 6주간 상영해 북미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시킨 실적이 있다고 강조했으나 프리스타일은 '일루셔니스트'의 일부 지역 배급만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루셔니스트'의 주배급사였던 야리필름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일부 지역에서 2차 배급을 담당했던 것.

또 '디 워'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전역 1천500여 개 스크린에서 와이드릴리스하는 영화란 점을 쇼박스와 영구아트는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이 같은 규모는 '스파이더맨3'나 '캐리비안의 해적3' 등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3만5천여 개의 스크린이 있으며, '스파이더맨3'나 '트랜스포머' 같은 블록버스터들이 보통 1만 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것을 감안하면 '디 워'의 1천500개 개봉관은 매우 '소박한' 규모인 셈이다(물론 '괴물'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미국 개봉 스크린 수효에 견주면 10~50배에 이른다).

특히 imdb에 나타난 9월 미국 개봉작 일정에는 '디 워' 옆에 '리미티드(limited)'란 수식어가 붙어 있어 배급사 측의 와이드릴리스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리미티드'란 와이드릴리스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영화를 개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 감독이 국내에서의 온갖 논란을 뒤로 한 채 15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것도 미국 개봉 일정에 차질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동시에 미국에서의 흥행 성공을 위한 막판 마케팅 전략을 현지 스태프들과 논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와 달리 이른바 '애국주의' 마케팅이나 심 감독의 인생 역정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홍보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영화가의 관측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국내 상영판에서 나왔던 심 감독의 인생 역정을 소개하는 엔딩 장면은 미국 상영판에서는 뺄 것"이라면서 "영화 자체의 경쟁력을 가지고 승부할 것이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관객이 '디 워'라는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점이 흥행의 가장 큰 변수인 셈인데, 이는 찬반양론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 워'의 미국 흥행 성공을 점치는 측은 "이무기 전설을 소재로 한 '디 워'가 미국인에게는 매우 새롭고 독창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실패를 예상하는 측은 "애국주의 마케팅이 통하지 않을 미국에서는 '디 워'의 빈약한 스토리나 완성도에 실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디 워' 홍보차 내한했던 주연배우 제이슨 베어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무기와 관련한 전설이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라며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이무기 전설에 매료됐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온갖 비관적 전망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보란 듯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 워'가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갖은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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