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내 과학자들이 미생물의 게놈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미생물과 비슷한 '가상세포'를 개발한데 이어 이 가상세포를 이용한 생명체의 필수 대사물질을 발굴하고 체내에서 사용되는 빈도를 정량화하는데 성공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과 바이오융합연구소 소속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팀이 공동으로 가상세포를 이용, 생명체의 필수대사물질을 발굴하고 생명활동의 항상성에 핵심이 되는 강건성(robustness) 문제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균 가상세포를 이용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명체에 필수적인 다량의 대사물질들을 발굴해 이를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미생물의 신진대사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종류의 대사물질 각각이 생명체의 생존에 얼마만큼 필수적인지 나타내는 대사산물 필수성 (metabolite-essentia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척도를 제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각 대사물질이 체내에서 사용되는 빈도를 플럭스섬(flux-sum)이라는 양으로 정량화했고, 체내의 여러 교란 작용에도 불구, 필수대사물질이 플럭스섬을 일정하게 유지해 생명활동의 강건성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필수대사물질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활동을 억제하면 생명체 전체의 강건성 유지에 위협이 생겨 성장억제, 사멸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는 것.

현재 의료분야에서 시판되고 있는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항생제들의 경우, 표적으로 삼고 있는 유전자들이 병원체의 특정 부위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로 한정되어 있어 그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생겨난 내성 때문에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 등이 출현하는 등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병원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대사물질의 생산에 관여하는 다수의 새로운 유전자 표적을 찾을 수 있어 해당 병원체를 쉽게 죽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또 기존의 항생제들과 구분되는 다양한 항생제 개발이 가능해지질 전망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필수대사물질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생명활동의 강건성 문제를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으며, 나아가 신약 개발의 가능성까지 도출 되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8월 셋째 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조명휘 기자 jo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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