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뜨거웠던 6월도 막을 내렸다. 지구상의 최대의 축제로 자리했던 제19회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가 지난 7월 12일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는 무적함대라고 별명이 붙은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나 브라질의 카카 그리고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처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뛰어난 전술로 역대 가장 적은 득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스페인 선수들의 투철한 정신력과 감독의 철저한 경기 준비가 있었기에 가장 적은 득점으로 우승까지 이루어내는 효율적인 축구가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만큼이나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스페인에 패해 결승전 진출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3-4위전에서 우루과이를 3-2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단행한 때문이다. 독일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5.3세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나라 중에 가장 젊다. 그러나 가장 젊은 팀으로 그 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씻고 16강을 가리는 조별리그에서는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를 4 대 1로, 8강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로 손꼽히고 있는 리오넬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를 4 대 0으로 각각 물리침으로써 그 실력을 스스로 입증하였다.

독일은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덕분에 다음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독일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단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의 뛰어난 투지와 감독의 훌륭한 전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국가대표 선수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과감히 민족 순혈주의를 깨뜨렸다는 점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자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가장 강한 나라 중에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키며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던 나라였다. 세계대전 중에 유대인을 대대적으로 학살하고 강금했던 이유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남기 위함이었다.

그러한 독일이 민족 순혈주의를 깨고 다민족의 선수들을 축구국가대표로 선발하였다. 그것도 전체의 반 이상을 다민족 선수들로 채운 것이다. 혈통이나 지연, 학연 등 선수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수들을 선발한 것이다. 그 덕분에 독일의 축구국가대표팀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이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로 결혼이민을 온 외국인들은 16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우리의 가족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부터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학업을 중단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결혼 며칠 만에 한국으로 시집은 20살의 꽃다운 베트남 신부가 정신질환을 알고 있는 남편에게 살해되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

2050년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는 저출산율 때문에 급격히 감소하고 생산력이 없는 노인층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외국인의 이민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문화가정 덕분에 인구감소율의 5%는 상향시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독일이 과감하게 다민족의 선수들을 축구국가대표를 선발했던 것처럼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듯한 배려와 손길로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 이태욱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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