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사제관계였던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와유시민(柳時敏)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범여권의 경선을 앞두고 완연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

이 전 총리의 의원 보좌관 출신인 유 전 장관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공공연히이 전 총리를 꼽을 만큼 '정치적 제자'임을 자처해왔지만 대선경선 출마를 피력함에따라 이 전 총리가 불가피하게 '넘어야할 산'이 돼 버린 것이다.

특히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은 공히 참여정부의 계승자임을 공언하고 친노(親盧)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상된다.

친노 지분을 둘러싼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가시화되기라도 하듯 두 주자간 차별화 양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관계설정, 대통합 방식 등을 놓고 일정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에 필요한 의제를 준비해 노 대통령에게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참여정부의 실세총리 출신으로서 노 대통령과의 긴밀도를 강조한다면, 유 전 장관은 "'주식회사 참여정부'에 젊은 이사로 있었지만 앞으로는 내회사를 창업하겠다"며 약간의 거리를 두려는 인상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려온 유 전 장관이 '노대통령 대리인'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범여권 주자들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는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의 몸통'이라고 까지 말하면서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유 전 장관은"범여권에 들어오니까 범여권이 아니라고 공격하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범여 주자들의 손 전 지사 비판을 문제삼고 있다.

또 이 전 총리는 "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신당이 계승해야 한다"며 창당과정에서 우리당의 정체성 반영을 강조하는 반면, 유 전 장관은 흡수합당 형태라도 감수하되 "후보로 선출되는 사람에게 당 운영권과 공천권을 주자"는 '원샷 대통합론'을 강조하면서 경선과정에서 우리당 창당정신의 유효성을 다퉈보자는 입장이다.

유 전 장관측은 이 전 총리와의 구도를 '협력적 경쟁관계'라고 표현했다. 한 측근은 "두 분의 정책노선이 큰 틀에서 비슷한 면이 많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관계지만 각각 후보로 나온다는 측면에서는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인 유 전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이 전 총리의 단순한 지원군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목표로한 명실상부한 주자로서 서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유 전 장관은 13일 간담회에서 "마라톤 경기를 보면 페이스 메이커가 우승 후보를 끌고가다 체력이 남아서 우승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 저를 우승의 야망을 가진 페이스메이커로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측은 유 전 장관과는 협력관계라는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이 좀처럼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신흥 주자인 유 전 장관의 파괴력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러나 이미지나 경륜 등을 따져볼 때 이 전 총리의 본선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보고 결국 유 전 장관이 이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예비경선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본경선에 들어가면 초기에 후보단일화를 통한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이 전 총리에게 몰아주는게 순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측은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중요하다"고 언급, 후보단일화를하더라도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몰아주는 형태여야 하고 누가 그 대상이 될지는 경선전을 치러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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